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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되면 우리 강아지 어쩌지?” 광주시 돌봄서비스 시작

중앙일보 2020.12.23 00:03 20면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위탁 돌봄 업체인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더 펫하우스 협동조합에 반려견들이 맡겨져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위탁 돌봄 업체인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더 펫하우스 협동조합에 반려견들이 맡겨져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매 끼니 약을 먹어야 하는 우리 강아지, 내가 확진되면 누가 돌봐주죠?”
 

격리치료 받는 코로나 환자 대상
맡길 곳 없어 소방서에서 돌보기도
“동물복지로 접근” 위탁업체도 호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광주광역시청에 문의한 말이다. 실제로 한 코로나19 확진자는 반려견을 맡길 곳을 끝내 찾지 못한 채 격리치료를 받으러 떠나기도 했다. 이 사연을 접한 광주시 동물복지과는 고심 끝에 대응책을 내놓았다.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반려동물 위탁 돌봄 서비스’가 지난 16일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반려동물에 대한 돌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확진자는 격리치료를 받는 동안 광주지역 5개 자치구에 1~3곳씩 지정된 총 8곳의 위탁 보호소에 반려동물을 맡기면 된다.
 
현재 광주에는 122곳의 반려동물 위탁 보호소가 있다. 흔히 ‘애견호텔’로 불리는 곳이지만, 당장 격리치료 시설로 떠나야 하는 확진자가 반려견을 맡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려동물을 맡기는 과정에서 관계자와 접촉이 있으면 방역수칙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광주시 동물복지과 관계자는 “한 확진자가 반려견 보호 요청을 했지만 관련 시스템이 없어 소방서에 맡겼던 사례를 확인한 후 돌봄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돌봄 서비스 기획 초기 단계부터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돌보고 있던 반려동물도 감염원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다. 이 경우 반려동물 위탁 보호소뿐만 아니라 다른 반려동물 보호자들까지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
 
광주시는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걸리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단검사를 해보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동물을 찾아 검사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다양한 해외 논문을 참조해 반려견 등이 코로나19 감염 매개체가 되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동물복지과 관계자는 “확보한 자료들에 근거하면 반려견의 경우는 면역물질인 ‘항체’는 검출되지만, 바이러스이자 전염원인 ‘항원’은 검출이 안 된다”며 “그래도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반려견 위탁에 맞춘 방역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수의직 공무원이 반려동물 위탁 과정에서 방역복을 착용하고 소독을 마친 뒤 돌봄 업체로 인계한다. 코로나19에 확진된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보호하던 중 피부나 털에 비말 등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반려동물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8곳의 위탁 돌봄 업체들은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정욱(42) 더 펫하우스 협동조합 대표는 “보호자가 없는 환경은 반려동물에겐 공포나 다름없기 때문에 확진자들의 반려견 등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반려동물이 돌봄 받지 못하는 일은 사각지대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마땅히 동물복지·사회복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맡기는 반려인은 5㎏ 소형견을 기준으로 1일 3만5000원의 업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당초 광주시는 재난지원금을 통해 반려동물 위탁 비용을 지원하려 했지만, 현행 규정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광주시 동물복지과 관계자는 “진료 접근성이 좋은 동물병원도 고민했는데 24시간 관리가 어려웠다”며 “애견호텔 같은 전문 위탁 돌봄 업체는 24시간 관리가 가능하고, 지병이 있을 때 동물병원 진료 연결도 가능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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