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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군용기 19대 KADIZ 무더기 진입…"시위하듯 연합훈련"

중앙일보 2020.12.22 19:48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22일 무더기로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안으로 진입해 연합훈련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H-6, Tu-95 등 전략폭격기 다수 출현
동해 KADIZ서 만나 훈련하고 이탈해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제스처"

중ㆍ러 양국 군용기가 집단으로 KADIZ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당시엔 양국 군용기들이 무단으로 독도 주변 영공에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 사격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번에도 공군 전투기가 긴급 투입됐지만,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정권 교체기를 맞은 가운데 중ㆍ러 양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시위하듯 연합훈련을 펼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50 조기경보통제기, Tu-95폭격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와 H-6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4대가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이들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합참은 밝혔다. 사진 왼쪽은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오른쪽은 중국 H-6 폭격기. [연합뉴스]

A-50 조기경보통제기, Tu-95폭격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와 H-6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4대가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이들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합참은 밝혔다. 사진 왼쪽은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오른쪽은 중국 H-6 폭격기.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H-6 전략폭격기 등 중국 군용기 4대와 Tu-95 전략폭격기,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가 한때 KADIZ에 진입했다. 수호이 계열 전투기들도 다수 출현했다. 다만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한다.  
 
중국 군용기는 남해를 거쳐 북쪽으로, 러시아 군용기는 북쪽에서 내려오듯 비행했다. 양국 군용기 중 각 2대가 울릉도 동쪽에서 만난 뒤 KADIZ를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중국 군용기들은 오전 8시쯤부터 순차적으로 이어도 서쪽에서 KADIZ에 들어왔다. 이 중 2대가 동해로 북상했다. KADIZ 북방에서 들어온 러시아 군용기들 가운데 2대는 독도 동쪽에서 KADIZ를 이탈했다가 같은 경로로 되돌아오는 등 특정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군용기가 KADIZ에서 모두 빠져나간 것은 이날 오후 3시 20분쯤이다. 합참은 “KADIZ 진입 이전부터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적인 상황에 대비했다”며 “이번 상황은 중ㆍ러의 연합훈련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군의 Tu-95MS 전략 폭격기. [연합뉴스]

러시아 공군의 Tu-95MS 전략 폭격기. [연합뉴스]

중ㆍ러 양국이 미국의 조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합훈련을 한 것을 놓고 일종의 시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전부터 '미국이 다시 세계질서를 이끌겠다'고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 중ㆍ러 양국이 끌려가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말기 양국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해진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해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군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중국은 150여회, 러시아는 30여회나 들어왔다.  
 
나라마다 방공식별구역을 두는 것은 조기에 항공기들을 식별해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나라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려면 미리 알려주는 게 국제관례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이런 조치 없이 무단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관련, 합참은 “이번에 중국 군용기는 KADIZ를 진입하기 전, 한ㆍ중 직통망을 통해 통상적인 훈련이라는 정보를 보냈다”면서 “러시아와는 비행정보 교환을 위한 직통망 구축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중·러 양국에 외교채널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국방부도 한국 주재 양국 무관들에게 유선으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유사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처해달라고 통보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영공과 KADIZ=영공(領空)은 국제법상 개별 국가의 영토와 영해의 상공으로 구성되는 국가의 주권이 적용되는 공간이다. 반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은 국제법상 주권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자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영공 외곽의 일정 지역 상공에 설정하는 임의의 공간이다. 따라서 KADIZ에 마음대로 들어오면 ‘무단진입’이지만, 영공에 들어오면 이를 넘어선 침범 행위이자 주권 침해다. 일반적으로 영공 침범 시에는 경고 방송→진로 차단→플레어 발사→경고사격의 단계를 거쳐 강제착륙을 시키거나 응하지 않을 경우 격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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