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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임대료 정의론' 꺼냈다, 文 '임대료 공정론'에 맞불

중앙일보 2020.12.22 18:40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정부·여당이 논의 중인 임대료 부담 완화책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의 경제위기는 임대인의 잘못이 아니기에, 누구의 잘못도 아닌 책임을 임대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며 “위기로 인한 고통과 상실감을 공동체의 다른 집단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풀게 해선 안 된다”고 썼다. “기존의 법률관계에 따른 임대료를 받지 못하게 하자는 것은 현실성은 낮고 사회적 분란만 초래할 것”이라면서 꺼낸 주장이다.
 
이 지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위기이기에 한 건물, 한 동네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 공동체 원리에 부합한다”며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정책의 핵심 방향은 경제침체 최소화다. 때문에 임차인의 경제 손실은 국가재정으로 부담하는 게 맞다. 그 방법은 이미 효과가 입증된 재난기본소득의 지역화폐 보편지급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 국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과 전(全) 국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비판의 날은 이날 글이 가장 예리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바다 청소선 '경기청정호'에 올라 승무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보편지급론을 재차 주장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바다 청소선 '경기청정호'에 올라 승무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보편지급론을 재차 주장했다. 뉴스1

현재 당·정은 코로나19로 경영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자발적인 임대료 경감(착한 임대인 제도)에 동참하는 임대인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현행 50%→70%)을 늘리거나 ▶피해가 큰 임차인의 임대료 일부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선별지원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관련 재원은 내년도 예산에 편성한 3차 재난지원금 예산 3조원과 예비비, 남은 2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끌어모아 ‘3조 플러스알파(+α)’로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영끌’하면 약 4조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도 이 지사가 임대료 이슈를 고리로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재차 주장한 건 최근 확진자 수 급증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코로나19 방역 위기를 틈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시도란 분석이다. 당 안팎에선 이 지사의 글 속 “임대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는 대목을 주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라는 발언과 묘한 대비를 이뤄서다. 이를 두곤 “‘임차인 부담이 공정하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이 지사가 ‘임대인에 책임을 지우는 건 정의롭냐’고 반문한 것 같다”(민주당 소속 보좌진)는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지난 10월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 지사가 22일 페이스북에 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책임을 임대인에게 전가하는 건 정의가 아니다"란 대목은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임차인이)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게 과연 공정한가"란 발언과 대비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지난 10월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 지사가 22일 페이스북에 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책임을 임대인에게 전가하는 건 정의가 아니다"란 대목은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임차인이)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게 과연 공정한가"란 발언과 대비됐다. 연합뉴스

최근 당 안에선 선별지원 방식이었던 2차 재난지원금(약 7조8000억원) 때보다 적은 예산으로 더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3차 대유행에 대응하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수도권 재선 의원)란 반응도 심심찮다. 비문 성향의 한 의원은 “3~4조원으론 사실상 임대료 선별 지원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국가와 개인 중 누가 빚을 내서 위기를 극복할 거냐의 선택에서 국가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도 이날 연이어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2% 수준으로 42개 주요국 가운데 4번째로 작다고 밝혔다. (…)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안에선 ‘1월 추경설(說)’도 제기됐다. 수도권의 중진 의원은 “치료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전인 내년 1분기까지가 고비다. 그때까지 한시적으로나마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10~15조 규모의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 설 연휴 전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3차 재난지원금 논의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을 논의한다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당·정 엇박자로 비칠까 봐 소극적이어도 막상 보편지급 자체를 반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12월 임시국회(내년 1월 8일까지)가 끝나면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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