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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의 한반도평화워치] 중국의 경제·문화적 보복, 한·미 함께 대응해야

중앙일보 2020.12.22 00:18 종합 25면 지면보기

한·미 동맹과 중국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과 한국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고, 호주의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요구에 호주 상품 수입 금지에 나서는 등 안보를 이유로 무차별적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2017년 3월 중국 지린성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규탄 집회. [웨이보 캡처]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과 한국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고, 호주의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요구에 호주 상품 수입 금지에 나서는 등 안보를 이유로 무차별적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2017년 3월 중국 지린성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규탄 집회. [웨이보 캡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기대가 높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년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다자협력을 백안시하고 동맹국까지 채무자처럼 몰아붙인 것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함께 일할 외교·안보 진용을 발표하면서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했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민주적 가치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 요인
미·중 전략경쟁 속 한·미 동맹이 중국 변수 어떻게 관리할지 모색해야
중국이 사드 배치 이유로 한국에 경제 보복했을 때 미국은 수수방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협력 원한다면 중국 위협 대처 방안 구체화해야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대한 국내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비자유주의 세력인 중국과의 관계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로 되돌릴 수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로 규정하고 군사적 압박과 함께 무역 전쟁을 선포해 초당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에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하려는 ‘봉쇄(containment)’ 전략을 폈다.
 
그런데 바이든 당선인 진영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제외한 상품 생산과 관련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퇴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적 공존’을 받아들이되, (트럼프 행정부처럼) 미국 혼자가 아닌 동맹 및 우방국들과 힘을 합쳐 중국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변환(transformation)’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는 올해 초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동맹국·협력국 간에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의 폭력적 행태와 인권 침해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 개선이나 미·북 회담 집착은 문제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과 한국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고, 호주의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요구에 호주 상품 수입 금지에 나서는 등 안보를 이유로 무차별적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5일 상하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전시된 호주산 와인. [AP=연합뉴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과 한국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고, 호주의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요구에 호주 상품 수입 금지에 나서는 등 안보를 이유로 무차별적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5일 상하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전시된 호주산 와인. [AP=연합뉴스]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이 공동 대처해야 할 대상이라면 한·미 동맹의 작동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한·미 동맹은 북한 대처용이니 중국에 대한 연합전선에서 한국은 빼달라고 할 수 없는 이상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다가올 중국에 대한 한·미 양국의 정책 공조 문제는 전략적 난제이다. 중국이 미국 주도 국제 질서에 순응하도록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초당적 정책 기조인 이상 동맹국인 한국이 미·중 모두와 잘 지내는 일은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북핵 억제가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이나 미·북 정상회담 재개에 집착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적 가치 확산에 중점을 두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최근 논란이 된 대북전단금지법을 보며 한국이 과연 표현의 자유로 대표되는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인지를 의심할 것이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쟁 속에 한·미 동맹이 중국 변수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정책 공조로 바쁠수록 중국 위협을 논의할 공간이 줄어들 것이다. 북한이 내년 초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 우선순위가 즉각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란 핵 문제나 (중국을 비판해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하고 있는) 호주 문제가 북한보다 더 위에 올라가게 될 것이다.
 
오히려 한국 문제가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미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한국이 북한을 달래기 위해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해 언론 자유와 인권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보고 이에 관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자칫 한·미 균열로 인해 중국은커녕 북핵 대처도 힘들어질 수 있다.
 
둘째, 동남아에 대한 전략적 접근 방안을 미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은 동남아의 육지와 바다이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미국을 돕기 위해 일본은 동남아에 대한 원조를 늘리고 군사적 지원 체제 확립에 조용히 공을 들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공감대를 모색한다고 했지만, 어떠한 진전을 이뤘는지 의문이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한국이 동남아 지역까지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긴 어려우니 국제 개발 협력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중국의 비군사적 위협에 한·미 공조해야
 
중국의 원조 규모가 미국과 일본을 압도하는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이 개발 원조 정책 입안 및 실행 방안을 미국과 협의한다면 한·미 동맹의 전략적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한·미·일 간의 동남아 개발 협력 공조의 제도화를 한국이 제안하면 더욱 좋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 대해 이라크 내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비전투원 파병을 했지만, 미국은 나름으로 고마워했다. 군사적 직접 지원만이 동맹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미 동맹이 제3국에 의한 비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지금까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데 집중해 왔기 때문에 제3국에 의한 비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것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2016년 1월 북한이 핵 실험을 하자 7월에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이 자신의 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한국에 대해 무차별적인 경제 보복을 가했음에도 미국은 이를 수수방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진정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국의 협력을 기대한다면 동맹국에 대한 제3국의 비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 점을 미국 측에 제기하고 협의를 해나가는 능동적 자세가 동맹의 효과를 제고할 것이다.
 
바이든, 동맹과 연합해 중국 행태 바꾸기 나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다소 복잡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그의 명쾌한 중국관을 그대로 외교·안보정책에 반영했다. 그러나 상원외교위원장과 부통령을 역임하면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본 경험이 있는 바이든 당선인과 그의 책사들의 생각은 국제 정세와 상황 변화에 따라 조금씩 진화해 왔다.
 
바이든 당선인의 경우 이번 대통령 후보 경선 초까지만 해도 중국과의 경쟁보다는 협력에 가까웠다. 2019년 민주당 경선 당시 “중국이 우리 먹거리를 빼앗아 간다고요? 그건 아니지요. 중국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안 돼요”라는 발언으로 중국의 위협을 과소평가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그는 계속 발언 수위를 높였고,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내 반중 정서가 폭증하자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행태를 바꾸는 연합전선을 구축하자”는 입장으로 발전했다.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 내정자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을 약화시켰고, 미국의 가치를 내팽개쳤으며, 중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도록 방치했다고 비판해왔다. 유럽과 아시아의 민주적 동맹 세력을 규합해 중국에 ‘가치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민주당 외교가의 총아로 불리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로 낙인 찍어 협력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경제 보복을 당하고 있는 호주에 대해 “중국의 적대적 행동에 대해 미국은 호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하여 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내정자의 경우 주로 중동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중국 관련 발언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국방장관 영순위로 거론되던 미셸 플로노이 전 국방차관이 아닌 오스틴 전 중부군 사령관이 내정된 것은 중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실전 경험자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전 외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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