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번째 새 주인 찾을까…쌍용차 ‘운명의 석달’

중앙일보 2020.12.22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유동성 위기를 맞은 쌍용차가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유동성 위기를 맞은 쌍용차가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쌍용자동차는 밀려드는 대출금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1일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3분기)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쌍용차의 단기 차입금은 2241억원이다. 쌍용차의 대출금 상환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 게 문제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 상태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3090억원이다.
 

11년 만에 또 법정관리 신청
올해만 영업적자 3000억 넘어
살려면 투자자 찾고 판매 늘려야
산은·금융위 “매각 협상 진행 중”
미국 차 유통 HAAH홀딩스만 관심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쌍용차의 손익 분기점이 14만 대(연간 판매량)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티볼리를 출시한 뒤 15만 대를 넘기며 흑자(연간 결산 기준)를 낸 적이 있다.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걸었던 게 지금의 상황을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된 쌍용차는 대우그룹 해체 후 2000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쳤다. 2004년 중국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인수했지만 ‘먹튀’ 논란 속에 결국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어 대규모 정리해고와 노동조합의 ‘옥쇄파업’으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당시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 명이 정리해고됐다.
 
쌍용자동차 영업이익 추이

쌍용자동차 영업이익 추이

관련기사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와 티볼리 등을 앞세워 반짝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판매 부진과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사정이 악화한 가운데 마힌드라마저 쌍용차의 지분을 팔고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쌍용차가 회생하려면 새로운 투자자를 찾은 뒤 경영 정상화를 통해 차량 판매를 늘리는 길뿐이다.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투자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내년에 ‘전기차 대전’을 예고하고 있지만 쌍용차는 아직 전기차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2022년 전 세계에서 500여 종(하이브리드 포함)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선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매각 협상을 벌이는 곳은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홀딩스가 유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쌍용차 입장에선 (협상용) ‘카드’를 상대편에 다 보여준 격”이라면 “저쪽(HAAH홀딩스)에선 당연히 가격을 후려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대출금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산업은행은 일단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타 은행 차입금 연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산은 차입금만 (만기를) 연장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법원에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적용을 신청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ARS 프로그램 기간에 쌍용차가 진행 중인 투자유치 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하라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회생절차 신청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매각 협상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어 좋은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쌍용차 협력업체엔 정책금융 프로그램 활용과 대출 만기연장을 통해 자금 애로(해소)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경영 차질을 빚는 쌍용차의 부품 협력업체에 전담 직원을 배정해 맞춤 해결책을 제시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해 협력 업체에 대출 만기연장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일부에선 “쌍용차 국유화”를 언급하기도 한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쌍용차의 대주주로 나서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2018년 산은의 한국GM 출자로 (국유화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쌍용차를 국유화하면 사정이 더 좋지 않은 업체는 너도나도 정부에 손을 벌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정용환 기자 humanest@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