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재시험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한가, 절차가 정당한가 하는 여론이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며 "국민 여론도 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이런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상황까지도 감안해서 아마 조만간 정부의 결정이 있을 것입니다.”
정 총리는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민들께서 그게 공정하냐, 절차가 정당하냐는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가지 상황도 감안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재시험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뜻인가”라고 다시 묻자 정 총리는 “그렇게 보실 수도 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문파)들이 장악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당원게시판에는 의대생들에 대한 적대감이 가득한 글들이 이어졌다. “정 총리 말이 사실이면 민주당 탈당한다”는 엄포성 글이 다수였지만 “보궐선거가 코앞인데 공정 문제가 또 불거지면 전략상 패착”이라는 훈수도 있었다. “정부 슬로건이 공정인데 정 총리의 행동에 민주당은 왜 아무런 액션이 없는가” 등 민주당에 반대 역할을 촉구하는 글도 많았다.
스텝 꼬인 민주당

지난 9월 의협이 정부와의 협의 끝에 파업에서 복귀했다. 하지만 당시 의대생들은 파업을 지속했었다. 사진은 대구 경북대병원의 의료진들. 뉴스1
비주류에 속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초기 코로나 소강 국면의 여론에 기대 공공의대 드라이브를 너무 세게 걸었던 것부터 패착”이라며 “의대생 국시 거부로 한 번 꼬였고, 3차 대유행으로 두 번 꼬였다”고 말했다.
당 내부 “정세균이 옳다” vs “조율 없이 유턴”

지난 8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시 취소 의대생에 대한 재접수 반대' 국민청원. 57만여명이 찬성하자 청와대는 "국민의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사실상 재시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민주당 내부에선 정 총리의 ‘유턴’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한때 강경파였지만 정 총리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인사들도 나타났다.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생기면 갈등을 풀어나가는 게 정부·여당의 자세”라며 “정 총리의 말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대생들을 몰아붙였던 것보단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복지위 소속의 한 의원도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선별진료소에서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며 “더는 의대생과 정부가 감정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료인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간호인력에 대해서만 거론했다. 오종택 기자
배종찬 인사이트K 소장은 “코로나 방역 성공 여부에 대선 주자로서 명운이 걸린 정 총리와 재·보선을 앞두고 지지층 여론 관리가 중요한 민주당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정 총리와의 친소관계도 찬반양론이 갈리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