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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양보다 서울이 ‘인권 탄압’ 뭇매 맞는 이유 있다

중앙일보 2020.12.21 00:49 종합 29면 지면보기
윤여상 국민대 겸임교수·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윤여상 국민대 겸임교수·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평양이 아닌 서울을 향하고 있다. 유엔과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보다 한국 정부를 겨냥해 비판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강행 처리 이후 미국 의회도 비판에 가세했다.
 

정부, 국민과 북한인권 문제 좌시
국제사회 “인권 방관” 우려 불식을

3개월 전인 9월 21일 서해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 피살 사건에 대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깊은 우려와 함께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 앞서 킨타나 보고관은 지난해 11월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청년 어부 2명을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비밀 강제 북송한 사건, 통일부의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한 탈북민 단체 법인 취소 조치, 북한 인권 및 탈북민 단체에 대한 통일부 사무 검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통일부가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20여년간 실시해 자료를 축적해온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조사 활동을 중단시키고 자료 폐기를 압박한 데 대해서도 공식적인 우려 표명을 검토하고 있다.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의 일환인 특별보고관 제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유엔 특별보고관의 주된 업무는 특정 국가 또는 주제별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와 연구·분석, 보고서 작성 등을 통해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유엔 총회에 보고해 감시하는 것이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의해 임명되지만, 활동의 공정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유엔 직원에 속하지 않은 채 활동한다.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독립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조사해 유엔 인권 메커니즘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당연히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주된 상대는 북한 당국과 북한 인권 피해자여야 한다. 그런데도 최근 킨타나 보고관의 주된 상대는 북한 당국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 이모씨의 가족은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유엔과 킨타나 보고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북한 인권 단체들과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 단체도 북한 청년 어부 2명의 판문점 강제 북송 사건이 발생하자 유엔과 킨타나 보고관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사건인데도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아닌 유엔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자국민에게 발생한 인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이를 유엔이나 국제사회로 가져가는 것은 인권 후진국에서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인권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질만했다. 당시 국제 행사에 참여하면 많은 외국인이 한국 정부의 인권 정책과 시민사회의 높은 인권의식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인권 정책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 주재 각국 대사관은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및 탈북민 단체들의 활동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북한 인권 단체는 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에 주력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한국 정부를 상대하는 데 활동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공석인 북한 인권대사 임명을 촉구하는 야당의 요구를 실효성 없다며 무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킨타나 보고관은 한국의 북한 인권대사 역할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 이제라도 북한 인권 개선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민간단체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윤여상 국민대 겸임교수·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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