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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돈의 미래를 묻다] 미래 에너지 수소에도 ‘탄소 그림자’는 따라 다닌다

중앙일보 2020.12.21 00:39 종합 24면 지면보기

탄소사회에서 수소사회로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탄소 중립, 그린 뉴딜, 수소 시대. 최근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하는 단어들이다. 출발점은 하나다. 바로 에너지원이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 온 산업은 탄소 기반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석탄·석유·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 연료다.
 

수소연료 자체는 탄소 배출 없지만
수소 생산에는 화석연료 불가피
완벽한 에너지원은 세상에 없어
현실 고려한 에너지 전환책 필요

탄소 기반의 화석 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며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를 야기했다. 미세먼지·홍수·태풍·무더위·혹한 등 많은 자연재해도 초래했다. 문제는 이런 기후 변화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 방출량도 줄어든다. 정부에서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탄소 중립 선언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배출된 탄소를 모두 포집해 대기 중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발전이 사라지고, 신재생 위주의 에너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30년 뒤가 먼 훗날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게 길지 않다. 탈탄소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 산업 구조와 에너지원 구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에너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전제돼야 한다.
  
탈탄소 종착역은 수소 에너지?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탈탄소 사회란 결국 고탄소 에너지로부터 저탄소 에너지를 거쳐 궁극적으로 무탄소인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은 원자력, 재생 에너지, 수소 에너지 등이다. 원자력은 에너지 생산 후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보관·처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원자력은 안전성 문제로 호불호가 엇갈린다. 결국 기후 환경 문제와 안전 문제가 없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와 수소 에너지가 바람직한 미래 에너지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넓은 생산 설비 면적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도 따라붙어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역량과 가능성을 알아보려면 에너지원 구성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리 에너지원은 2019년 말 기준으로 석유 43%, 석탄 28%, 가스 16%, 원자력 11%, 재생 에너지 2%의 비중이다.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7%를 차지하고 있고, 재생 에너지 비중은 미미하다.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발전원은 석탄 40%, 천연가스 26%, 원자력 25%, 신재생 5%다. 전력 생산의 70% 가까이 화석연료로부터 얻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에너지원 구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석유·석탄·가스의 소비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왜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속해서 늘어날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성 때문이다.
 
2018년 기준으로 킬로와트(kWh)당 발전 비용은 원자력 60원, 석탄 85원, LNG 120원, 신재생 170원 정도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원자력과 석탄 발전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성만 고려한 발전 비용을 기후 변화와 환경 비용까지 고려한 ‘환경 급전(給電)’으로 변경해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사용처도 살펴봐야 한다.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제조업 44%, 운송 23%, 주거 16%, 상업 15% 순으로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다. 이중 운송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은 실제 사용되는 에너지의 약 20%, 선진국은 40%가량이 전기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에너지의 전력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운송 분야는 아직도 석유 기반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석유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등장으로 그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의 60% 이상은 여전히 화석연료로부터 나오고 있다. 수소전지차에 필요한 수소도 94% 이상이 화석연료로부터 나온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수소 에너지는 에너지원으로서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이산화탄소 방출이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장점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전기를 만들 수도 있고, 휘발유처럼 자동차에 주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수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수밖에 없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방법이 있지만, 생산되는 수소 에너지보다 생산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가 더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다.
  
탄소 배출 없는 수소 생산 가능할까
 
생산된 수소는 가스 상태이기 때문에 저장과 운반이 어렵다. 국내에서 생산하면 천연가스처럼 파이프를 이용하여 소비지까지 운반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들여올 때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 섭씨 영하 262도까지 냉각을 해야 한다. LNG 냉각 온도인 영하 162도보다 훨씬 낮아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운반과 저장을 쉽게 하기 위해 수소를 다른 물질에 흡착시키거나, 암모니아와 같은 다른 물질로 전환해 저장한 후 필요할 때 다시 수소로 추출하는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우리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인 탈석탄과 탈원전의 방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기후환경 변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특히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재생 에너지와 수소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늘려가는 방법이 오케스트라처럼 동시에 실시돼야 한다. 에너지의 사용처가 다양한 만큼 모든 에너지를 책임질 수 있는 완벽한 단 하나의 에너지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안전·경제성을 고려한 조화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좀 더 완벽한 미래 에너지가 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에너지 전환의 역할이다. 코로나는 2주 후, 주택문제는 2년 후, 에너지 문제는 20년 후에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 미리미리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은 채 멋진 청사진만 만들다가는 때를 놓친다.
 
회색, 청색, 녹색…수소에도 색깔이 있다
탄소 에너지를 검은색으로 표현한다면 수소 에너지는 녹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에 따라 ‘색깔’은 바뀐다. 물론 진짜 색깔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부르는 색깔이다.
 
수소 색깔

수소 색깔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할 만큼 흔한 원소지만, 천연가스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물·석유·가스 같은 화합물로 존재한다. 이런 화합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현재 수소 생산의 94% 이상은 화석연료로부터 고온의 수증기를 이용하여 추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방출은 필연적이다. 이렇게 생산되는 수소를 ‘회색(Gray) 수소’라고 부른다. 이때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시 격리하는 시스템까지 갖추면 이를 ‘청색(Blue) 수소’라고 한다. 한편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녹색(Green) 수소’로 부른다. 하지만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든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수소 에너지보다 이 과정에 드는 에너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결국 수전해 분해는 남아도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할 때만 의미가 있다. 이는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수소 형태로 바꿔 저장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고려할 때 모든 수소 생산을 녹색 수소로 생산하기란 힘들다. 이 때문에 최근 석유 회사들은 석유 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만들고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해 다시 지하 유전에 격리하는 방법, 즉 청색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색깔의 수소 시대를 준비해야 할까. 녹색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충분한 재생에너지가 확보돼야 하는데 협소한 국토에서 가능할지 불확실하다. 청색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충분한 화석연료와 이산화탄소 저장 장소가 필요한데, 이것도 쉽지 않다. 결국 가능성이 높은 것은 회색수소 생산이다. 회색수소조차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의 에너지 현실을 고려해 실행 가능한 현명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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