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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한의 퍼스펙티브] ‘코로나 블루’는 몸과 마음과 사회를 잠식한다

중앙일보 2020.12.21 00:35 종합 23면 지면보기

건강하게 살 만한 세상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피로감과 고립감이 깊어지며 우울과 불안·분노 등의 심리적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로움은 개인의 몸과 마음을 소진시킬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막고 다른 구성원을 비난하게 만드는 등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코로나 블루’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합뉴스·뉴시스·뉴스1]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피로감과 고립감이 깊어지며 우울과 불안·분노 등의 심리적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로움은 개인의 몸과 마음을 소진시킬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막고 다른 구성원을 비난하게 만드는 등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코로나 블루’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합뉴스·뉴시스·뉴스1]

2020년은 코로나19로 기억될 것이다. 백신이 개발돼 의학적으로는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나,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매일 50만 명의 신규 확진자와 8500명의 사망자가 나와 누적 사망자는 170만명에 이른다. 성공적인 방역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급격히 확산하며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연속으로 발생하는 추세다.
 

외로움은 스트레스 유발해 질병에 취약하게 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 막고 다른 사람 비난하게 만들어
코로나 장기화로 피로감·고립감 깊어지며 우울 악화
정부는 국민의 ‘코로나 블루’ 가볍게 여겨서는 안 돼

코로나19 대유행 직후에는 위기에 대항해 사회적으로 강력하게 결속하고 방역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K방역 성공의 자부심도 느꼈다. 그러나 대유행이 장기화하며 일상 행동에 제약을 받아 피로감과 고립감이 깊어짐에 따라 우울과 불안, 분노 등의 심리적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인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물 경제가 침체하고 실직과 폐업 등의 여파가 커짐에 따라 장기적으로 우울과 자살 같은 심리적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 우려된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무료 급식소 같은 사회안전망이 폐쇄됨으로써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의 공백도 생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관계를 기반으로 진화해 온 인간에게 낯선 행동양식이다. 학교가 닫히고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고 교류하던 장이 사라지고 분주하던 거리가 을씨년스러워졌다. 이토록 접촉과 소통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낯선 타인을 경계했던 적이 있었던가?
  
격리된 쥐는 암에 취약
 
고립돼 종양에 걸린 쥐(左), 집단에서 함께 살아 정상적인 쥐(右)

고립돼 종양에 걸린 쥐(左), 집단에서 함께 살아 정상적인 쥐(右)

소속감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기에 관계가 끊어지고 소속감이 좌절될 때 신체적 고통과 흡사한 고통을 느끼고 자살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리학자 토머스 조이너는 사회적 고립과 대인 관계 단절이 자살과 상관있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 지적한 바 있다.
 
고립감과 외로움은 심리적 문제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였던 새라 겔러트 교수와 마사 맥클린톡 교수가 주도했던 사회적 고립과 암(癌)에 대한 연구 결과는 분명하게 그 관계를 보여준다. 미국 시카고대 보건사회복지학자와 생물심리학자였던 두 사람은 유방암에 미치는 사회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유전자 차원부터 보건 정책적 차원까지 다차원적 융합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의 한 부분으로 사회적 고립이 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동물 실험을 했다.
 
실험용 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각각 혼자 살도록 격리하고, 다른 집단은 함께 살도록 설정하고 모든 쥐에게 같은 양의 종양세포를 투입했다. 만약 종양이 생물학적으로만 설명된다면 격리된 쥐와 함께 사는 쥐들에게서 종양세포의 성장은 유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집단에서 종양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350일 후 동료와 함께 사는 쥐에게선 거의 종양이 감지되지 않았지만, 이미 30% 이상의 격리된 쥐에게선 종양이 감지됐다. 격차는 점점 더 커졌다. 생후 790일에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사는 쥐들과 달리 고립된 쥐들에게서는 뚜렷하게 거대한 종양이 관찰됐다.
 
실험 결과를 요약하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격리된 ‘외로운’ 고립된 쥐는 신경이 곤두서 더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출돼 종양의 성장이 가속된 것이다. 이 결과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가를 인간 사회에서도 검증한 결과, 격리되고 고립된 지역에서 유방암 발생이 통계적으로 높게 발견됐다. 외로움은 다만 심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 외 많은 연구에서도 외로움이 심혈관 질환 등 질병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가 발견된다.
  
우울감 느끼면 주위에 연결의 손 내밀어야
 
또 외로움은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자 존 카치오포에 따르면 외로움은 타인에 대한 공감을 막아 서로 더 큰 요구를 하게 만들어 오해를 유발하고, 다른 구성원을 비난하게 만들며, 적극적 관계를 못 하고 수동적인 행동과 위축을 부른다. 이러한 관계의 갈등은 사회적 갈등으로 퍼진다.
 
한편 외로움 자체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큰 고통이다. 그렇기에 인간뿐 아니라 동물 사회에서도 사회 질서를 위반했을 때 사회적으로 배척하는 처벌을 준다. 집단으로부터의 추방과 배척이라는 형벌은 역사적으로 처형과 고문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라 여겨졌다.
 
실상 본질에서 외로움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인간을 보호해 주는 장치다. 왜냐하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이 고립되는 위험한 상황을 경계하고 다시 타인과 연결되려는 욕구를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론 적절한 외로움을 통해 지혜와 성찰을 얻기도 한다. 엄밀히 말한다면 외로움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외로움에 적절하게 반응해 대처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의료적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국민의 외로움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코로나 블루에 대응하는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개인 차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일단 최선의 방법은 주위에 먼저 연결의 손을 내미는 것이다. 온라인으로라도 관심을 교환하고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고통을 견디는 지금, 연말이라는 시간은 관계의 소중함을 마음속에서 재확인하는 좋은 기회다. 
 
코로나19 고독에서 벗어나는 5가지 방법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사회관계는 축소되고 있다. 관계로 연결되고 사회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는 본성을 가진 인간이 과거에 겪지 못했던 외로움과 단절감의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
 
심리학자 리처드 테데스키 노스캐롤라이나대 명예교수는 코로나 시대의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고 성장하기 위해 다음의 5가지 방법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했다. 우리 상황에 맞게 수정해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학습: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고 이해하자. 정확하지 못한 정보는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2. 감정조절: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스스로 돌아보며 불안과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두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주위 사람과 더 자주 소통하자.
 
3. 드러내기: 코로나 상황에 대해 본인이 느끼는 감정과 궁금함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야기 나누자.
 
4. 의미를 부여한 이야기 만들기(내러티브 개발): 지금 경험하는 일들과 미래에 대한 계획에 의미를 부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하자.
 
5. 봉사: 타인에게 유익한 일을 하면 트라우마를 더 잘 견딜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모두가 자원봉사할 수는 없다. 다만 작은 부분이라도 타인에게 연민과 공감을 가지자.
 
외로움 연구의 대가인 시카고대의 존 카치오포 교수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4가지 방법의 앞글자를 EASE로 정리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E(Extend Yourself):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손 내밀기.
A(Action Plan): 작은 것이라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해 자신의 삶을 조절할 수 있다고 느끼기.
S(Selection): 관계의 양보다는 질을 생각하며 좋은 관계를 선택해 집중하기.
E(Expect the Best): 긍정적 목적을 향해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는 태도 가지기.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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