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준호 정치팀 기자
학업이란 본분에서 벗어나 가장 큰 자유를 만끽할 시기에 코로나라는 속박에 갇힌 A는 평소 꿈꿔왔던 3월의 MT, 5월의 축제, 9월의 피크닉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5인 이상 모이는 일도 부담스러운 탓에 3:3 미팅을 하기도 쉽지 않았겠지. 소개팅으로 만난 그녀가 A를 처음 보곤 마스크 뒤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웠을 테다. 중간·기말고사 벼락치기를 한다며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다 결국 맥줏집으로 새고 마는 일탈도 A에겐 옛 얘기였겠다. 오후 9시 이후엔 포장·배달만 가능하니, 친구의 자취방에서 유럽 어느 나라의 무관중 축구 경기 중계를 보며 캔맥주를 나눠 마시는 게 일탈의 전부였을지 모른다.
![코로나19는 20대 청년들의 청춘과 일자리를 모두 앗아갔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2/21/054314a1-8453-42a7-bcb0-29cf41686353.jpg)
코로나19는 20대 청년들의 청춘과 일자리를 모두 앗아갔다. [연합뉴스]
청년이 겪는 고통이 더는 특이한 사회현상이 아닌 시대, “힘들다”고 말하는 것조차 사치여서 A는 마스크 안에서 그 말을 삼킬지도 모르겠다. ‘과사(학과 사무실)’에 쌓인 대기업 이력서를 골라 취업할 수 있었다는 기성세대는 위로하는 척만 할 뿐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나 때는…” “너만 힘든 게 아니다” 같은 답답한 소리만 늘어놓아서다. 청년의 민생을 개선하겠다며 국회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던 젊은 정치인들은 뭔지 모를 ‘공수처’ ‘검찰개혁’ ‘과거사’ 같은 것에만 집착한다. A가 탄 것만 같은 저 오토바이는 기댈 곳을 잃은 것 같다.
2020년 마지막 글엔 희망 섞인 내용을 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년 1분기에도 안정적인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는 소식에 더 그랬다. 그저 A 같은 평범한 20대들이 연말을 연말답게 보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하준호 정치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