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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익숙한 10대 “통장을 왜 은행가서 만들어요?”

중앙일보 2020.12.20 17:41
“다른 건 다 비대면으로 하는데, 왜 통장은 은행 가서 만들어요?”
단순한 질문이 ‘요즘 애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0월 청소년(만14~18세)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출시된 카카오뱅크(이하 '카뱅) ‘미니(mini)’가 한 달 만에 50만 계좌를 돌파했다. 특별한 할인 혜택도 없고, 잔액 한도도 50만원으로 적다. 그런데도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이 뭘까. 오보현 서비스기획팀장, 송형근 수신팀장, 윤제헌 결제서비스팀 매니저 등 미니 기획자 3인을 17일 구글밋(Google meet)으로 비대면 인터뷰했다.

1달 만에 50만 청소년 잡은 카뱅 ‘미니’ 기획자 3인 인터뷰

17일 카카오뱅크 청소년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 '미니(mini)' 기획자 3인(오보현 서비스기획팀장·송형근 수신팀장·윤제헌 결제서비스팀 매니저)과 구글밋(Google meet)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사람이 미니 실물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성지원 기자

17일 카카오뱅크 청소년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 '미니(mini)' 기획자 3인(오보현 서비스기획팀장·송형근 수신팀장·윤제헌 결제서비스팀 매니저)과 구글밋(Google meet)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사람이 미니 실물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성지원 기자

‘신분증 없으면 안 돼?’ 단순 질문이 전사적 프로젝트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신분증 확인이 필수다. 비대면 계좌개설도 신분증을 휴대폰으로 촬영해야 해 주민등록증이 없는 청소년은 직접 하기 힘들다. 윤 매니저는 “2016년 당시 중학생이었던 처남이 용돈을 현금으로 받더라”고 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게 신분증 없이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개설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이었다.  
 
미니(mini)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나.
‘학생이 신분증이 없으면 계좌를 못 만드는 이유가 뭘까?’란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청소년 고객이 원하는 걸 직접 파악했다. 처음엔 점심 먹으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이었지만, 곧 각 팀에서 100명이 넘는 인원이 달라붙었다. 카뱅 출범 급의 대형 프로젝트였다. 창업하듯이 일했다. 여러 팀이 붙어서 일하다가 ‘이 부분이 왜 해결이 안 되지’ 하면 또 다른 팀에서 협조를 받았다.(오보현 팀장)
 
10대가 ‘돈 되는 은행 고객’은 아니다. 10대를 겨냥해 큰 프로젝트를 한 이유는
우리가 모바일 은행인데, 모바일에 가장 익숙한 10대들이 ‘우린 왜 카뱅 못 써요’란 질문을 많이 했다. 당장 수익에만 집중했으면 투자 안 했다. ‘Gen Z(Z세대)’에게 미니는 처음 겪는 금융생활이다. 그렇지만 모바일에 능숙하고 유통에도 관심이 있다. 이들이 미니로 금융을 시작해 20~3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카뱅이 브랜딩이 된다.(윤제헌 매니저)
 

‘킬러 기능’은 "모바일로, 한 번에, 직접"

카카오뱅크 미니. 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 미니. 카카오뱅크 제공

10대를 겨냥한 예‧적금이나 체크카드는 기존 금융권에도 많다. 전월 실적에 따라 할인 혜택도 풍부하다. 반면 미니는 꾸준한 할인이나 적립 혜택이 없다. 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도 안 된다. 단 학생들이 직접 카드를 만들고, 결제 알림 문자도 직접 받는 점이 타 금융서비스와 차별점이다.
 
미니의 킬러 기능은 뭔가
그런 건 없다. 학생들이 모바일로, 한 번에, 직접 다 할 수 있는 게 킬러 기능이다.(오보현 팀장) 청소년은 성인처럼 통장 따로, 카드 따로, 간편결제 따로인 분절 개념이 없다. 한 번에 돈을 받고, 쓰고, 이체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가령 교통카드 충전할 때 현금이 없어도 편의점에서 미니로 결제하면 충전이 된다.(송형근 팀장) 청소년에게 필요한 기본 혜택에도 충실했다. 예를 들어 송금‧이체 수수료가 없는 점만으로도 청소년들은 ‘혜자(혜택이 후하다는 인터넷 용어)’라고 한다. 단 주점 등에선 결제가 안 되는 ‘클린 가맹점’ 기능으로 유해한 결제와 무분별한 소비는 막았다.(오보현 팀장)
 
결제 데이터가 제법 쌓였다. 10대 금융생활의 특징이 뭔가
용돈 내에서 소소하게 하고 싶은 걸 한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기도 하고, 배달 음식도 자주 시킨다. 특히 친구들끼리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활용해 간단한 선물을 많이 주고받더라. 지하철 요금을 모아 가까운 거리는 친구들과 택시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프로모션 이벤트를 운영할 생각이다.(윤제헌 매니저)
 

‘터프’한 카뱅…“보고서 자화자찬 없다”

네이버에서 이직한 오 팀장은 카뱅 입사 당시 ‘금융 초짜’였다. 오 팀장은 “카뱅 직원 절반은 아예 금융 경험이 없다”며 “‘신분증 없이 계좌 못 만드느냐’는 질문도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으면 아예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 경력직 회사’라는 표현답게 카뱅 구성원은 전부 경력직이다. 송 팀장과 윤 매니저는 시중은행 출신이다.
 
기존 은행과 카뱅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가
여기선 영업점을 생각 안 해도 된다. 은행에선 비대면으로 내놨다가 안 되는 서비스를 영업점으로 보낸다. 그런데 직원이 고객에게 한꺼번에 많은 걸 파는 영업점 창구와 고객이 직접 필요에 따라 앱으로 참여하는 비대면 채널은 정말 다르다. 후발 주자고, 비대면 채널밖에 없는 카뱅은 서비스 기획할 때 ‘이게 안 되면 끝’이라는 절박감이 있다.(송형근 팀장)
 
어떻게 절박한가
보고서를 쓸 때 ‘자화자찬’이 없다. 이 서비스 추진하면 뭐가 문제고, 이 시장에는 어떤 장벽이 있는지 꼼꼼히 따진다. 보고서를 갖고 논의하면 다양한 질문이 나오도록 쓴다.(송형근 팀장) 카뱅에서 일하는 거, 터프하다. 우리가 신생으로 생긴 경력직 회사다 보니 기본적으로 전투력이 다 있다. 개발자와 기획자가 치열하게 논쟁하는 문화다. 미니도 각 분야 전문가인 실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라서 가능했던 프로젝트다.(오보현 팀장)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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