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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가 알려준 장애인의 일상 …‘휠체어 탄 라이언’도 나올까

중앙일보 2020.12.20 11:37

수어 하고 안내견 따라 걷는 해치 ‘호응’

서울시가 지난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 반영 해치 이모티콘을 선보였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지난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 반영 해치 이모티콘을 선보였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공식 캐릭터인 ‘해치’가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라면?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모습을 서울시가 이모티콘으로 표현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해치 캐릭터에 장애를 반영한 이모티콘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치, 서울시 공식 캐릭터…장애와 소통 아이콘 떠올라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해치를 활용한 장애 반영 이모티콘을 선보였다. 이날 오후 2시 카카오톡에 무료 배포한 지 8분 만에 2만 명이 이 이모티콘을 다운 받았다. 추가 배포한 5만개 역시 50분 만에 소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16종의 이모티콘은 장애인의 일상과 감정을 담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를 타거나 계단에 막혀 ‘대략 난감’해하는 모습, 안내견을 따라 걷고 수어로 대화하는 모습 등이다. 
 
 시중에서 유통 중인 여느 이모티콘과 다른 점은 캐릭터에게 장애가 있다는 점. 하지만 ‘하이~’, ‘바쁘다 바빠~’, ‘밥 먹자’ 같은 장애인·비장애인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표현들로 구성돼 활용도가 높다. 
 
 이 이모티콘은 서울시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이 사업을 해왔지만, 이모티콘을 만든 것은 처음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이모티콘을 배포했다. 뉴시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이모티콘을 배포했다. 뉴시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교육 중심이다가 이번에 전 국민에게 친근한 이모티콘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새롭게 시도한 것”이라며 “장애인 역시 당연한 사회구성원이자 우리 친구이며 가까운 이웃임을 나타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이모티콘 제작 아이디어는 장애인 단체, 복지시설 종사자, 홍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에서 나왔다. 자문단 위원장인 김성수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국장은 “이모티콘은 캠페인을 넘어 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으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장애를 반영한 이모티콘은 있었다.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캐릭터인 반다비 이모티콘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선보인 장애인식개선 이모티콘 등이다. 김 국장은 “애플 아이폰에도 다양한 장애를 반영한 이모티콘이 있다”며 “해치 이모티콘은 캐릭터의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담았다는 게 차별성”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해치 캐릭터를 활용하자는 의견을 낸 자문위원 한정재 그린라이트 사무국장은 “천사 등 일상과 다른 모습이 아닌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외국에는 보청기 한 바비, 휠체어 탄 레고 같은 캐릭터들이 있어 어릴 때부터 이런 장난감을 대하며 장애·비장애 관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캐릭터가 장애를 보통명사로 만들어줘” 

 
 장애를 반영한 캐릭터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진행된 ‘#휠체어 탄 라이언챌린지’ 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동권 증진 콘텐트 제작 협동조합인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장애인 이동권 증진 콘텐트 제작 협동조합 '무의'는 지난해 '#휠체어탄라이언챌린지' SNS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 무의 인스타그램 캡쳐]

장애인 이동권 증진 콘텐트 제작 협동조합 '무의'는 지난해 '#휠체어탄라이언챌린지' SNS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 무의 인스타그램 캡쳐]

 
 ‘#휠체어탄라이언챌린지’는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등 인기 캐릭터를 휠체어에 앉힌 사진 등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릴레이로 올린 캠페인이다. 장애 반영 캐릭터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유명인이 참여했지만, 실제 이모티콘 제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홍윤희 이사장은 “캐릭터는 장애라는 다름을 보통명사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친숙해지면 장애인을 불쌍하게 보기보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이사장은 “서울시가 잘 알려진 캐릭터로 장애 반영 이모티콘을 만든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적장애 등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등의 고민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측은 “반응이 좋아 자문단 회의를 거쳐 내년 2차 이모티콘 제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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