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려고 오래전에 구입했던 음반을 꺼내 들어 보았다. 핑커스 주커만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명징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의 연주를 들으며 새삼 브람스에 빠져들었다. 이 소나타 세 곡(op. 78, 100, 108)은 브람스가 40대 후반 이후 오랜 고민과 숙고 끝에 발표한 작품으로, 곡 하나하나가 고전적 어법과 낭만적 서정성을 균형 있게 드러내는 브람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브람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op.78 G장조.
브람스가 생을 마감하기 1년 전 음악학자 아벨(A. M. Abell)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브람스는 음악이 ‘내면적인 영혼의 에너지’이며, 음악의 힘은 ‘죽음을 육체적으로 넘어서는 실제적인 자아’를 통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세 질문, 즉 어디서, 왜, 어디로라는 질문을 던질 때 자신을 뒤흔드는 음악적 진동을 감지한다’ 고백하면서, 음악은 ‘내면의 영혼의 에너지를 비추는 정신’이라고 한 말도 인상적이다.
음악의 역할은 다양하다.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사회 현실을 반영하며 때로는 불의에 항거하기는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음악은 인간 본연의 정신과 영혼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임을 브람스를 통해 새삼 느낀다. 더욱이 코로나로 지친 우리에게는 브람스의 위로가 더욱 절실한 것 같다. 힘겨웠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 브람스와 함께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정경화와 김선욱의 브람스 연주회는 12월 2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며 열린다고 한다. 서둘러 티켓을 구매해야 겠다.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