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文임금님' 때린 홍세화 "586 민주건달, 한국에 진보는 없다"

중앙일보 2020.12.19 16:19
1999년 6월 14일 귀국 직후 서울대 옛교정이었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찾은 홍세화씨. [중앙포토]

1999년 6월 14일 귀국 직후 서울대 옛교정이었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찾은 홍세화씨. [중앙포토]

최근 한겨레신문의 칼럼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착한 임금님'으로 비유해 비판한 진보계 원로 홍세화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문 정권을 재차 비판했다. 홍씨는 문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집권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는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선 민주적 통제가 아닌 더 큰 권력이라고 진단했다.
 

"文, 비판적 목소리는 외면한다"

 
홍씨는 19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왜 집권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무슨 국정 철학을 갖고 있고, 무슨 정치철학을 갖고 있는지, 무슨 미래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보이질 않지 않나"라고 했다. 국정 최고지도자라면 의견이 나뉜 현안에 대해 자신의 뜻을 피력하고 토론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비판적 목소리는 외면한다는 게 홍씨의 생각이다.
 
정치의 '팬덤화'를 지적한 홍씨는 지난 11월 한겨레 칼럼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을 쓴 뒤 무수한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평생 먹을 욕 다 먹었다. 나이 칠십이 넘은 내게 '헛소리 그만두고 (파리로) 가서 택시 운전이나 하라'더라"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합리적 사고가 진영 논리에 완전히 갇혀버렸다. '논리의 힘'이 아니라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제거가 검찰개혁 됐다"

 
공수처와 관련해 홍씨는 "공수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더 큰 권력일 뿐"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홍씨는 프랑스를 사례로 들었다. 프랑스에서는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지 않고 범죄 피해자가 직접 소추할 수 있는 사소권(私訴權)을 인정(사인소추제도)하는 것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는 "시민적 통제가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민주적 통제이고, 국회가 할 일"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윤석열만 제거하면 된다, 싫으면 내 편에 서라가 검찰개혁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땐 '친박', 이번엔 '조국수호'"

 
홍씨는 '586 운동권'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는 민주건달"이라고 했다. 자신이 2009년쯤 한 얘기라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한국 사회에 진보는 없다고 진단했다. 수구세력이 엉겁결에 보수 행세를 하느라, 보수세력이 엉뚱하게 진보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홍씨는 "이렇게 권력의 요요 게임을 하는 구도가 서로에게 윈-윈"이라며 "겉으로는 티격태격하는데 내용상 별반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홍씨는 "상대를 부정하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는 세력이 진보일 순 없다"고 했다. 또 그는 '조국수호', '우리가 정경심이다', '추미애 수호' 등 문재인 정부에서 등장한 여권 지지층의 구호와 관련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홍씨는 "박근혜 대통령 때 ‘친박’ ‘진박’ 하는 게 우스웠는데 이 정권에선 ‘조국 수호’라니, 왜 한 사람을 수호하나"라며 "그것도 하면 안 되는 일까지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기회의 사재기'를 한 가족을 위해 '우리가 정경심이다!'라고 외친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도대체 이런 일을 지지하는 40%가 어떤 멘탈을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홍씨는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로 망명했다. 1999년 귀국했다가 2002년 영구 귀국한 인물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등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1월 한겨레신문에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을 통해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