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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옥’ 시대, 시각장애인 안내견 어디든 가게 해야

중앙선데이 2020.12.19 00:20 716호 16면 지면보기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이야기] 안내견 배려

캠페인 이야기 삽화

캠페인 이야기 삽화

“어린 시절 앓던 아토피 피부염이 고교 시절부터 심해졌습니다.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치료로 인해 결국 양쪽 눈의 시력마저 잃었습니다. 이때가 28살 때입니다.”
 

영국 국제안내견연맹 캠페인
31개국 90개 안내견학교서 동참
보행자 도로·운전자 인식 개선도

국내 대형마트, 안내견 거부 논란
반려견 위협 때문에 이동 불편도
소외된 이웃과 고통 함께 나눠야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의 중증 아토피 피부염 인식개선을 위한 ‘나는 가픈(가렵고 아픈) 사람입니다’ 캠페인에 연사로 나선 한 강연자의 이야기다. 30년 넘게 겪고 있는 극한 가려움과 고통 그리고 치료 과정의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게 된 순간을 회상한 것이다. 삶을 포기하려다 자신을 뒷바라지하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점자 등을 배우면서 시각장애인으로서 새로운 삶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일부는 가려움의 고통뿐 아니라 망막 박리, 백내장 등으로 시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시각장애를 초래하는 질환과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영국의 경우 하루 평균 250여 명이 시력을 잃는다고 한다. 누군가 시력을 잃었을 때 그들이 자유마저 잃지 않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대표적인 비영리 활동이 국제안내견연맹(IGDF)의 배려 캠페인이다. 이 단체에는 전 세계 31개국 90여 개 안내견학교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영국의 안내견 캠페인이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데 2023년까지 ‘내 곁에(by my sid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50여 만 명의 시각장애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 우울증, 외로움 및 재정적 불안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선 75%가 동반 출입 거부 경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가이드도그]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가이드도그]

안내견 캠페인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학습 및 지원 활동 중에서도 대중교통과 기타 사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의 복원을 돕는 상징적 활동이다. 안내견 지원 사업에는 절대적인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 봉사자와 기부자, 사회적 동의와 협력이 요구된다.
 
이 캠페인은 1931년 영국 머지사이드주 윌러시의 한 차고 안에서 뮤렐 크룩과 로자먼드 본드가 안내견 교육을 시작하면서 하나의 봉사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90년간 영국에서만 약 2만9000여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독립적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도 매년 1000마리 이상의 새로운 안내견을 훈련시키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안내견 훈련과 확산을 위한 지원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최대한 자유롭게 이동하고 어디든 방문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를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여타의 수많은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애쓴다.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보행자 도로의 환경 개선에서부터 운전자의 인식 개선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등 저소음 차량을 시각장애인이 보행 중 잘 인지하도록 돕는 방법도 찾고 있다.
 
반려견을 안내견 가까이 데리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진 가이드도그]

반려견을 안내견 가까이 데리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진 가이드도그]

랭커셔 지역의 한 시각장애인은 안내견과 함께 이동하면서 주요 보행자 도로 위에 세워 둔 카페나 레스토랑의 입간판이 너무 많아 마치 장애물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단체는 2015년부터 안내견이 모든 공공장소에 출입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법적으로 출입이 보장되고 있음에도 안내견에 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해 생길 수 있는 권리 침해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단체가 영국에서 실시했던 시각장애인 대상 설문 응답자 중 75%가 안내견과 함께 입장하려던 레스토랑과 상점, 택시 등에서 출입을 거부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안내견과 다니는 시각장애인의 차별을 방지하자는 캠페인 지지 서명에 4만6000여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안내견이 어디든 방문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잘못된 인식 때문에 받게 되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안내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식품접객업소 등에 출입하려는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훈련사나 봉사자가 훈련 목적으로 안내견을 데리고 다닐 경우도 같은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난달 롯데마트의 안내견 거부 논란을 비롯해 유사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특정 업체와 한정된 개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우리 사회 내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 결여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민간 차원에서 각종 출입문에 표기된 반려견 출입금지 픽토그램 아래 ‘안내견은 예외’라는 문구를 표기하자는 캠페인이 제안되기도 했다.
 
모든 공공장소에 안내견의 출입을 허용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더시잉아이]

모든 공공장소에 안내견의 출입을 허용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더시잉아이]

안내견 캠페인은 인식개선뿐 아니라 세부적인 배려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안내견 학교 더시잉아이(The Seeing Eye)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통해 더 큰 독립심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색다른 안내견 배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일명 ‘안내견은 지금 일하는 중(Guide Dog at Work)’ 캠페인으로 반려견 주인들에게 안내견으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해 달라는 실천운동이다. 반려견 주인들은 자기 반려견이 안내견에게 어떤 잠재적 위험이나 혼란을 초래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반려견을 안내견과 거리를 두도록 하는 것이 큰 배려가 될 수 있다. 안내견이 누군가의 반려견 때문에 집중을 못 하게 될 경우, 시각 장애인의 안전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안내견 캠페인

안내견 캠페인

더시잉아이가 2011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85%의 안내견과 시각장애인들이 이웃의 반려견에 의해 심각한 수준의 이동 방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 캠페인을 통해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반려견이 절대로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곁에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호소한다. 캐나다 사스카툰주에서는 안내견의 집중을 방해하는 행위는 2만5000 캐나다달러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안내견 캠페인에 시선을 맞춘 것일까. 중증 아토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 강연 무대 위에 서서 밝힌 삶의 목표는 ‘보통의 삶’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보통의 삶이 바로 옆 이웃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표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배려가 일상이 될 수 있다. 이런 배려를 깨닫도록 유도하는 소중한 메신저 중 하나가 안내견이다.
  
‘보통의 삶’이 그들에겐 삶의 목표
 
지난 6월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와 함께 국회로 들어서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지난 6월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와 함께 국회로 들어서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코로나19로 일상 속 삶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때다. 이 답답함은 늘 화려한 모습에 시선을 두던 일상 때문에 생긴 느낌이다. 막히고 닫히고 정지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이 연말 우리가 돌아봐야 할 일상은 무엇일까. 오히려 우리는 지금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보통 삶을 경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무언가 바라보는 것을 탐닉하면서 그동안 잊고 보지 못했던 모습을 잠시 보통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법으로 정해 놓았어도 안내견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우리 사회 현실은 배려가 사라진 일상, 배려를 위해 알아야 할 기본 정보와 지식에 무관심했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도심 속에서 시각장애인과 만나기 어렵다면 그들이 주변에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들이 자유롭게 다닐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고 고립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나면서 당장 보지 못함을 호소하는 일상과 마주하고 있다. 분명히 무언가를 보면서 보지 못한다는 불만족을 잠시 내려놓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바라보고 배려하는 마음의 시선을 복원시켜 보면 어떨까?
 
이종혁 광운대 교수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공공소통연구소 소장이다. 디자인 씽킹과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캠페인 개발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발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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