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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5년 내 ‘알츠하이머’ 신약 나오나

중앙일보 2020.12.19 00:02
국제치매기구(SCI) 주최로 ‘디멘시아포럼엑스(DFx) 코리아’ 첫 개최… 신약후보 물질 ‘GV1001’ 주목받아
세계 3대 치매 포럼으로 꼽히는 ‘디멘시아포럼엑스(DFx) 코리아’가 11월 26~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스웨덴의 실비아 왕비의 축전을 야콥 할그렌 스웨덴 대사가 낭독하며 DFx 코리아 서막을 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스웨덴 레나 할렌그렌 보건사회부 장관, 정순균 강남구청장 등의 축사도 이어졌다.

치매환자 5000만명, 치료비용 1조 달러 추산

 
DFx는 스웨덴의 실비아 왕비의 후원 아래 2015년 출범한 국제 치매 포럼이다. 실비아 왕비는 행사 첫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치매는 어려운 질병이지만 언제나 희망은 있다”면서 “2020년은 (코로나19로)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힘든 한 해였지만 치매 극복의 여정에서 새 도약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출생인 실비아 왕비는 독일인 아버지와 브라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6개 국어에 능통했던 실비아 왕비는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에 통역으로 참가했다. 이때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후 왕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친정어머니가 치매를 앓게 되면서 실비아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다. 스웨덴과 독일을 오가며 어머니를 간호하던 실비아 왕비는 전문시설의 필요성을 느꼈다.
 
실비아 왕비는 1996년 스웨덴 왕립 치매 센터인 ‘실비아 헴메트’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는 곧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개념의 ‘국가치매책임제’의 효시가 됐다. 이후 스웨덴 왕실은 실비아헴메트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2006년 국제 연대를 위한 스웨덴 국제 치매기구(SCI, Swedish Care International)를 설립했다.
 

4~5년 내 치료제 개발 기대감 솔솔

SCI는 2015년 국제포럼인 ‘디멘시아포럼엑스(DFx)’를 출범시켜 매 2년마다 스톡홀름 왕궁에서 열고 있다. 2018년 일본에서 개최한데 이어 올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SCI의 페트라 테그먼 대표는 영상 인터뷰에서 “치매 환자의 역사책이 가족이고, 가족을 치료에 참여시키는 것도 핵심”이라고 말했다.
 
DFx 코리아의 올해 어젠다는 실비아 왕비가 선언한 바와 같이 ‘새로운 희망(New Hope)’이다. 이번 DFx 코리아에서는 정책·진단·예방·치료·케어 5개 분야에 걸쳐 치매 극복을 위한 새로운 성과가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치매가 세계 공동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의 파올라 바바리노 대표는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는 올해 기준 약 5000만명, 치료 비용은 1조 달러로 추산된다”며 “문제는 이 수치가 10~20년 안에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란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하느라 치매 진단율이 낮아졌고, 치료와 지원도 덩달아 늦어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치매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 발견을 통한 치료”라고 입을 모았다.
 
치료 세션에서는 치매 치료 신약후보 물질인 ‘GV1001’이 주목받았다. 이 약은 스웨덴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GV1001은 당초 스웨덴에서 잉태됐기 때문이다. 이를 노르웨이 젬백스란 회사가 항암제로 개발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이후 회사가 어려워지자 한국의 반도체 필터회사인 카엘이 2008년 인수해 치매 치료제로 확장했다. 젬백스앤카엘 송형곤 대표는 “GV1001은 스웨덴에서 잉태돼 노르웨이에서 싹을 틔우고 한국에서 꽃망울을 맺은 신약후보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세계적인 석학인 필립 셸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알츠하이머센터장은 DFx 코리아에서 영상 인터뷰를 통해 “GV1001은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인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의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알츠하이머 치료를 주도해온 미국·유럽 외에 한국·중국 등이 새로운 치료 기법으로 도전하고 있다”며 “4~5년 안에 치료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5000만명의 환자가 치매로 고통 받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치료하는 약물은 없다.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비, 일반 신약 2배 수준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탈모·비알콜성지방간염·아토피 등과 함께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블루오션 분야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병의 극복을 위해 2020년 2월 기준 121개의 물질이 136건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는 평균 57억 달러(약 6조2300억원)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암제 개발비의 약 7배, 일반 신약의 약 2배 규모다. 아직까지 질환치료제의 성공률은 0%다. 대신 증상 완화보다 질환 자체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는 물질이 해마다 느는 점은 고무적이다. 병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의료 기술도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어서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스웨덴에서 최근 진행하고 있는 치매 환자 맞춤형 주택 ‘실비아보’ 프로젝트가 소개되기도 했다. 실비아 왕비가 이케아 설립자와 차를 마시며 나눈 생각을 현실화한 주택이다. 100개 이상의 치매 환자 맞춤형 장치가 설치된 주택은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부엌이나 거실 등을 개조한 것이 특징이다.
 
실비아 왕비는 “치매 환자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도록 개조하되 치매 환자 가족들과 같이 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평범한 집처럼 꾸몄다”고 설명했다. 실비아 왕비는 영상 축전에서 “올해는 치료 개발에서 발전을 기약하는 시기”라며 “이번 DFx 코리아에서 치매 극복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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