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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속도내라던 공수처장 추천, 秋가 ‘열흘 연기’ 주도한 까닭

중앙일보 2020.12.18 19:26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제5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제5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열흘 뒤로 미뤄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18일 오후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8일 속개하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 1월 10일 전후로 예상됐던 공수처장 임명-공수처 공식 출범도 다소 늦춰지게 됐다. 28일 후보 2인 추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더라도, 최소 20일이 소요되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이날 회의 전까지만 해도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대한변협 추천)과 전현정 변호사(법무부 추천)로 공수처장 후보 2인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번 주 안으로 후보를 지명해야, 연말·연초 청문회를 거쳐 최대한 신속히 공수처를 출범시킬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게 차질 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 벽두에 공수처가 정식 출범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날 돌연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연기되면서 그 이유를 놓고 여러 해석이 오갔다.
 

추 장관이 돌연 “연기” 제안

이날 추천위는 정원 7명 가운데 6명만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전날 사의를 표명한 국민의힘 측 임정혁 추천위원을 박병석 국회의장이 바로 해촉하면서 결원이 발생해서다. 야당 측 이헌 위원은 회의 시작 직후 “6명이 출석해 결원이 발생한 상태에서 회의를 열 수 있는가, 1명 결원이 채워진 다음 회의를 다시 열자”고 주장했으나, 나머지 위원 5명은 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양측은 연기안을 표결에 부치는 등 1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장(가운데)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장(가운데)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공방전을 마무리 지은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 장관이 회의 중간 직접 나서 “국회의장이 야당에 추천위원을 내달라고 요청한 부분도 있고 하니, 한 번 정도 연기해서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다만 연내는 넘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여당 측 추천위원들이 수긍하면서 ‘열흘 뒤 회의’가 의결됐다는 것이다. 
 
추천위는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 회의를 28일 오후 2시에 개최해 기존 심사대상자와 추가로 추천된 심사대상자만을 대상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최종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천위는 23일 오후 6시까지 후보자 추가 추천을 받기로 했다.
 
이찬희 추천위원(대한변협 회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국회의장이 (야당에 추천위원) 추천을 요청했고, 위원 모두가 원만하게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좋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더 센 후보 나오나 

추천위 10일 연기에 대해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이 예고한 행정소송을 대비한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 6명으로 오늘 회의를 강행 처리해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면 중대한 절차 위법으로 무효”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절차를 강조한 만큼, 이왕 공수처를 출범시키려면 다소 늦더라도 소송 위험을 줄이는 게 옳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23일까지 추가 추천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하는 기류다. 후보 추가 추천 명분은 석동현 전 검사장(국민의힘 추천)과 한명관 전 검사장(대한변협 추천)의 후보직 자진 사퇴로 비롯됐지만, “따로 점찍은 인물이 있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전현정 변호사와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왼쪽부터). 뉴스1

전현정 변호사와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왼쪽부터). 뉴스1

특히 초대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김진욱·전현정 후보에 대해 여권에서 “중립적 인물이지만 검찰을 제압하면서 강력하게 수사팀을 이끌기엔 중량감에서 다소 아쉽다”(청와대 출신의 한 의원)는 평가도 있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28일 회의에서 새로운 친여(與) 후보가 부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추 장관이 직접 연기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추 장관에게 복안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28일 회의에서 후보 2명이 결정되면, 문 대통령은 그중 한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하고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게 된다. 최대 20일의 기간이 소요되는 청문회와 보고서 채택 등에 야당이 응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10일 이내 재송부 절차를 거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오현석·김효성·김홍범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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