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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개혁 2단계' 언급 날...여당선 "尹 자진사퇴하라" 집단성명

중앙일보 2020.12.18 17:49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당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총장 징계(정직 2개월) 결정에 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 뒤 개별적으로 터져 나오던 자진 사퇴론이 18일엔 집단 성명으로 진화했다.
 
과거 ‘김근태(GT)계’가 주축인 진보 성향 의원모임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을 막아서는 문지기 역할을 내려놓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박완주 의원은 “거취 문제로 야당, 언론에 기대어 대통령에 항명하는 모습은 과거 검찰총장의 전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상식적인 반발”이라고 주장했다. 설훈 의원도 “윤 총장이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추하기도 하고 상식에 반(反)한다. 스스로 물러나야 함에도 저렇게 발버둥 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내 진보 성향 의원그룹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가 18일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 총장의 징계 불복 소송이 "비상식적인 반발"이라고 주장했다. 오른쪽 두 번째부터 설훈·소병훈(대표)·박완주·양경숙·정춘숙·이동주·박상혁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내 진보 성향 의원그룹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가 18일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 총장의 징계 불복 소송이 "비상식적인 반발"이라고 주장했다. 오른쪽 두 번째부터 설훈·소병훈(대표)·박완주·양경숙·정춘숙·이동주·박상혁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초인적 강단을 발휘해 검찰과 맞서 싸운 추미애 장관은 명예 퇴진을 선택했다. 이쯤 되면 윤 총장은 인간적·도의적인 부끄러움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라며 “대통령과 끝까지 가겠다는 태도는 용기가 아닌 객기고, 인간적으로 몹쓸 짓”이라고 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소송, 그것이 바로 정치적인 행위”라며 “윤 총장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임면권자에 대한 정치적 행위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윤 총장이 나쁜 짓을 했으면 당당하게 해임하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수하면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이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이란 게 윤 총장 찍어내기였던 것”이라며 “윤 총장에게 잘못이 있으면 깨끗하게 해임해야지, 추 장관과 동반 사퇴하라는 건 비겁한 물귀신 작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애완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애완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당 안팎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단순히 추 장관의 사퇴와 맞물린 형평성 차원을 넘어 ‘검찰개혁 시즌2’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따른 공수처 출범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검·경 수사권 조정안(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으로 ‘검찰개혁 1단계’가 완결됐다고 판단, 앞으로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
 
실제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기소와 수사를 궁극적으로 분리하는 그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김남국 의원)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는 2단계 검찰개혁 로드맵을 짜야 한다”(황운하 의원) 등의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윤 총장이 버티면 사실상 검찰과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검·경과 제대로 된 협의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부터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검찰개혁 2단계' 작업에 착수한단 복안이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부터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검찰개혁 2단계' 작업에 착수한단 복안이다. 뉴스1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속도조절론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기소한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너무 빨리 추진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일단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정도로 일종의 ‘방지턱’을 만들자는 견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현재의 검사 인력을 ‘기소부 검사’와 ‘수사(지휘)부 검사’로 큰 틀에서 이원화하고 ‘수사(지휘)부 검사’는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며 “수사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검사는 검사 직위를 버리고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전담 관청으로 이직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검찰 직접 수사권 폐지와 관련, 검찰 재직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 재임 당시의 수사권 조정안에도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인 특별수사를 인정한다고 했었다”며 “그것 때문에 자신들 비위가 들춰지니 이제와서 검찰 직접수사를 없애겠다며 느닷없이 ‘검찰 개혁 2단계’ 운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준호·김기정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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