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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위, 대륙 뒤흔든 ‘서민’ 드라마의 반전

중앙일보 2020.12.18 11:59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가져가는 작품은 흔치 않다. 시청률이 높으면 자극적이거나 뻔한 소재라는 꼬리표가 붙고, 평점이 높으면 대중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관영 CCTV 드라마 '좡타이', 화제성·작품성 모두 잡아
배경 도시 '시안'의 명소와 음식, 사투리에도 관심 집중

중국에서 이 흔치 않은 드라마가 탄생했다. 방송 나흘 만에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검색어 순위를 장악, 네티즌 사이 호평이 쏟아지며 입소문 효과를 누리고 있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기본 정보

 
-제목: 좡타이(装台)
-출연: 장자이(张嘉益), 옌니(闫妮), 쑹단단(宋丹丹) 外
-장르: 도시, 드라마
-총 33부작, 매회 45 분
-방송 플랫폼: CCTV, 망고TV(芒果TV)  
[사진 더우반]

[사진 더우반]

 

“좡타이(装台)”

 
드라마 제목부터 진지하다. 우리말로 풀면, ‘무대 설치’를 뜻한다. 2015년 출간된 작가 천옌(陈彦)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화 했다. 중국 시안(西安)에서 무대 설치를 업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과 그 주변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시안 출신의 작가가 쓴 시안 배경의 이야기. 촬영도 시안에서 했고, 연기하는 배우도 시안이 속한 산시(陕西 섬서)성 출신이다. 한 마디로 ‘토박이’들이 모여 만든 작품인 것. 그래서인지 실제보다 더 실제 같고, 현장감이 살아있다는 평이 많다.
[사진 더우반]

[사진 더우반]

 
지난 11월 29일 첫 방송된 이후, 좡타이는 중국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8.4점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래는 네티즌 리뷰 중 추천수가 높은 것들을 추린 것이다.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지는 드라마. 소탈하고 현실적이다”
 
“관영방송 황금 시간대 드라마의 품격이란 이런 것”
 
“보자마자 빠져들었다. 요즘 이렇게 표현과 대사가 정확한 작품 만나기 어려운데…이건 별 5개 짜리야!. 문예창작의 살길은 역시나 기층민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지방 사투리가 제대로네! 두 주인공이 그 지역 사람이니 말 다했지. 매번 들을 때마다 너무 재밌어서 몇 마디 배우고 싶다”
 

톱스타·막장 소재 없이 흥행한 ‘서민 드라마’

[사진 더우반]

[사진 더우반]

 
중국 현지에서 ‘좡타이’의 인기에 유독 주목하는 이유는 소위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시청률 보증수표 비주얼 스타도, 논란을 제조하는 자극적인 스토리도,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세트나 배경도 없다. 소위 '스펙'으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서민' 드라마의 '반전'인 셈이다.
 
대신 실제보다 실제 같은 대본과 연기력으로 똘똘 뭉친 작품이다. 장자이(张嘉益), 옌니(闫妮), 쑹단단(宋丹丹) 등 연기력이 출중한 중년 배우들이 극을 이끈다. 더군다나 현지 출신 배우들이 직접 사투리 연기를 하니 더욱 찰지고 어색할 틈이 없다는 평이다.
[GIF 바이두바이커]

[GIF 바이두바이커]

 
‘좡타이’ 덕분에 극중 배경 ‘시안’은 뜻밖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드라마 화제성이 높아지면서 극중 등장하는 시안 사투리와 음식, 배경 등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포몐(油泼面), 러우자모(肉夹馍), 싸오쯔몐(臊子面), 후루터우(葫芦头)...
 
드라마 속 등장하는 시안 요리들, 네티즌들은 드라마를 볼 때면 침이 고인다고 푸념한다. “드라마가 아니라 음식 프로그램”이라며, ‘혀끝의 중국 산시편(舌尖上的陕西)’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시안 현지 유명한 식당들도 자주 노출된다. 시안 라오쯔하오(老字号 오래된 중국 브랜드) 식당 춘파야후루터우(春发芽葫芦头)의 한 관계자는“드라마 촬영 후 호기심에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화상왕(华商网) 인터뷰에서 밝혔다. 특히 주인공이 앉았던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선다.
 
중년 배우 위주의 극이지만, 의외로 젊은 세대가 이 드라마에 열광한다. 중국 바이두 지수(百度指数)에 따르면, ‘좡타이’의 주 시청층은 19-39세 청년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안 출신의 사람들은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고, 외지인들은 시안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든다. 흔히 말하는 오색찬란한 '눈뽕' 요소는 없지만 실제 존재하는 시안의 명소와 음식이 '눈뽕'이 되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진짜 시안의 거리에서 시안 사람의 말을 하고 시안의 음식을 먹네”
 
“이 드라마를 보면 시안에 가서 요리도 먹고 구경도 하고 싶다”
 
“시안이 이렇게 더 아름답게 변했구나"
 
“익숙한 풍경, 익숙한 건물, 익숙한 음식을 보니 내 고향 시안이 그립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더우반]

[사진 바이두바이커, 더우반]

 
극중 삼륜차를 끌고 배회하는 장면, 줄줄이 쭈그리고 앉아 식사를 하는 장면 등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시안 서민의 삶을 통째로 옮겨온 느낌을 받는다. ‘좡타이’ 에는 과도하게 처참하거나 꾸며낸 화려함은 없다. 그저 현실 속 삶 그대로를 그린 작품에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열광한다.
 
‘좡타이’는 방송 일주일 만에 시청률 2%(중국은 채널이 워낙 많아 1%만 넘어도 히트한 작품이다)를 돌파했다. 중국 매체들은 “평범한 삶을 그린 서민 드라마가 20여 년 만에 대박을 쳤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 더우반]

[사진 더우반]

 
자극적인 '마라맛' 이야기에 익숙해진 요즘, 오히려 담담하게 우리네 삶을 그린 ‘무첨가’ 드라마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좡타이'는 허구나 과장된 '눈뽕'이 아니라 현실 속 '눈뽕'으로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힐링 드라마가 상실감으로 가득한 2020년 연말, 따뜻한 온기를 선사하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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