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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철길 옆 단단히 쌓인 눈벽 뭐지? 방금 '이 열차' 지나간 흔적

중앙일보 2020.12.18 06:00
러시아와 북미 등에선 제설작업 뒤에 이처럼 터널같은 눈벽이 종종 생긴다. [사진 위키백과]

러시아와 북미 등에선 제설작업 뒤에 이처럼 터널같은 눈벽이 종종 생긴다. [사진 위키백과]

 한겨울에 내리고 소복이 쌓이는 눈은 꽤나 낭만적입니다. 하지만 도로나 철도 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골칫거리인데요. 눈이 쌓이고 맹추위에 얼어붙기까지 하면 자동차나 열차 운행에 적지 않은 지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이 내리면 도로에는 어김없이 제설차가 등장합니다. 물론 염화칼슘을 곳곳에 뿌려 눈을 녹이기도 하는데요. 제설차는 눈을 치우는 데 필요한 각종 장비가 설치되어 있어서 한번 지나가면 상당량의 눈이 사라집니다. 
눈 내리면 도로에 등장하는 제설차. [뉴스 1]

눈 내리면 도로에 등장하는 제설차. [뉴스 1]

 
 그렇다면 철길 위에 쌓인 눈은 어떻게 치울까요? 철도는 외진 지역에 놓여 있는 경우도 많아 도로처럼 일일이 염화칼슘을 뿌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눈을 그대로 뒀다가는 열차 운행이 불가능해질 텐데요. 이 때문에 고안된 게 바로 눈을 치우는 특수열차인 '제설열차' 입니다. 
 

 도로에는 제설차, 철길은 제설열차

 제설 열차는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는 러시아와 북유럽, 북미 그리고 일본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제설열차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첫째가 '웨지 플로우(Wedge plow)' 방식으로 열차 앞에 뾰족한 대형 구조물을 달고 달리면서 눈을 양옆으로 밀어내는데요. 이 구조물은 마치 대형 선박의 앞부분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양입니다.  
대형 선박의 앞 부분처럼 생긴 웨지 플로우. [사진 위키백과]

대형 선박의 앞 부분처럼 생긴 웨지 플로우. [사진 위키백과]

 
 웨지 플로우 방식은 1800년대 중반부터 사용되었다고 하는데요. 초기에 나무였던 재질이 금속으로 바뀐 것 외에는 배의 앞부분을 닮은 듯한 모양새가 별로 바뀌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통상 기관차 앞에 구조물이 붙어있는 차량을 붙여서 운행하는데요. 눈의 압력으로 인해 자칫 열차가 탈선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속 80㎞ 이상으로 달려야만 안전하고 합니다. 
 

 180년 넘게 사용돼온 웨지 플로우

 비교적 구조물의 가격이 싸고 유지보수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눈이 너무 많이 올 경우에는 눈의 압력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아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웨지 플로우는 초기에는 나무로 만들어 졌다. [사진 위키백과]

웨지 플로우는 초기에는 나무로 만들어 졌다. [사진 위키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제설열차가 '로터리(Rotary)' 방식입니다.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얼어붙은 눈 덩어리를 부술 수 있는 구조물을 장착한 열차를 앞부분에 달고 운행하는데요. 
 
 로터리 방식은 웨지 플로우 방식과 비교하면 많은 양의 눈과 단단하게 굳은 눈까지 다 처리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그러나 눈을 갈아서 흩뿌리는 방식이라 구조물이 충분히 눈을 부수고 뿌릴 수 있도록 천천히 운행해야 하다 보니 웨지 플로우 방식보다 제설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굳어버린 눈도 갈아버리는 로터리  

차량 가격이 비싸고 유지보수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하는데요. 또 로터리 방식으로 제설하게 되면 철길 양옆에 눈이 벽처럼 쌓여 터널과 같은 길이 굳어지기 때문에 한번 로터리 방식으로 눈을 치우면 다른 제설방식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로터리 방식은 많은 눈과 굳어버린 눈도 치울 수 있다. [사진 위키백과]

로터리 방식은 많은 눈과 굳어버린 눈도 치울 수 있다. [사진 위키백과]

 
 그래서 요즘엔 로터리 방식과 웨지 플로우 방식을 혼합한 가변형 제설열차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로터리 구조물을 양옆으로 펼치거나 하는 방식을 통해 얼어붙은 눈을 잘게 부수면서도 바로 옆에 쌓이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철길 바깥으로 멀리 흩어버린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어떤 제설 방식이 사용되고 있을까요. 사실 우리나라는 러시아나 북유럽, 북미 등에 비해서 눈이 그렇게 많이 내리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제설열차는 없습니다. 
 
최근엔 다양한 형태를 갖춘 제설열차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 위키백과]

최근엔 다양한 형태를 갖춘 제설열차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 위키백과]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가 많이 다니는 동안에는 눈이 자동으로 치워지기도 하지만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를 때는 적설계와지상검지장치로 적설량을 파악해 속도제한 조처를 내린다"고 설명합니다. 
 
 눈에 덮여 레일 면이 보이지 않을 경우 시속 30㎞ 이하로 열차를 운행토록 하며 하루 적설량을 21㎝~5㎝까지 5단계로 나눠서 속도를 제한한다는 얘기입니다. 
  

 국내선 디젤차에 제설기 달고 운행

 또 열차운행이 중지된 야간에 폭설이 내리면 제설을 위해 임시열차를 운행하는데요. 견인력이 뛰어난 디젤기관차 앞에 제설장치를 설치해서 첫차 운행 전까지 선로에 쌓인 눈을 치웁니다. 통상 2시간마다 운행하지만, 눈이 더 많이 내리면 운행 빈도를 조정한다고 하네요. 
 
 이때 디젤기관차 앞에 다는 제설장치는 작은 '웨지 플로우'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 뾰족한 모양입니다. 이 제설기가 눈을 밀어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디젤기관차에 이 제설기를 설치하는 작업에는 차량 관리원 4명이 동원돼 약 2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국내에선 디젤기관차에 제설기를 달아 눈을 치운다. [사진 코레일]

국내에선 디젤기관차에 제설기를 달아 눈을 치운다. [사진 코레일]

 
 제설기는 동해와 영주, 대전 등 전국 6개의 철도차량정비단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눈이 기록적으로 내리게 되면 제설작업이 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열차 운행 중단 조처가 내려집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도 정시에 열차가 운행한다면 보이지는 않는 곳에서 눈을 치우기 위해 바삐 움직인 제설열차와 코레일 직원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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