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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사의 시점만 보면 서울시장 출마에 딱" 보궐선거판 흔들

중앙일보 2020.12.18 05: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는 모습. 추 장관은 이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뒤, 17일 연차 휴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는 모습. 추 장관은 이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뒤, 17일 연차 휴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한 이유를 모르겠다. 추미애 장관의 거취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판을 다시 그려야 할 수 있다.”

 
17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서울지역 의원실 관계자가 한 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할 경우 당내 경선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실제 이날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여권 관계자들은 추 장관의 향후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의 표명이 그만큼 전격적이었단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완성한 뒤, 202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며 “물러나기로 한 시점만 놓고 보면 내년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하기에 딱 좋다”고 했다. 추 장관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경험도 있다. 추 장관의 향후 진로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우상호·박영선·박주민 3각 구도 깨지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종택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종택 기자

지금까지 민주당 내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건 우상호 의원 한 사람이다. 우 의원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출마는 저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586세대의 대표 주자로 분류돼 온 우 의원은 “(이번 선거를) 다음 자리를 위한 디딤돌로 삼지 않겠다”“어떤 경우에도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고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우 의원 측은 “추 장관이 곧장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에서 추 장관이 나오면 친문 권리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상당한 위력을 보여줄 것”이란 우려에서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선거 후보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권리당원들의 지지세가 커진 추 장관의 득표력이 상당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1년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확정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경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서울 관악구 원당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는 모습. 당시 박 장관은 단일화 후보 경선에서 무소속이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패해 본선엔 나서지 못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1년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확정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경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서울 관악구 원당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는 모습. 당시 박 장관은 단일화 후보 경선에서 무소속이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패해 본선엔 나서지 못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 중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측에서도 추 장관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자칫 법무부 장관 개각에 무게가 실리는 과정에서 박 장관이 유임되면,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서다. 박 장관의 시간표도 짧아진 셈이다. 박 장관 입장에서 같은 여성 중진인 추 장관은 부담스러운 상대다.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선 박 장관이 38.3%(1위)를 얻어 추 장관(3위·21.8%)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추 장관이 ‘조국 팬덤’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번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당내에선 추 장관 출마 여부와는 관계없이 박 장관의 불출마 가능성을 제기하는 의원들도 있다. 박 장관과 가까운 한 의원은 “박 장관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시킨 중소벤처기업부를 잘 이끌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도 많다”면서 “아직 본인도 출마 여부를 결론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도 이제 이 어려운 시대에 과연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인도해 주십사 기도하고 있다”고 답한 게 진로에 관해 스스로 밝힌 의사의 전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을 위한 6일차 노숙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당초 박 의원 측은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을 위한 6일차 노숙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당초 박 의원 측은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출마를 고심 중인 박주민 의원 입장에선 추 장관의 출마 여부는 최대 변수다. 박 의원의 핵심 지지기반인 ‘온라인 권리당원’들의 관심이 온통 추 장관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초선 시절부터 법사위에서 검찰 개혁을 트레이드 마크로 키워왔지만 지지층 내부에서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맞대결을 벌인 추 장관에 비교 우위를 갖기 어렵게 됐다. 박 의원 측은 이날도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특별히 결정한 건 없다”는 반응이었다. 
 

야권에선 추미애 출마 가능성 반색

 
국민의힘은 추 장관의 출마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추 장관이 여권 후보가 되면 ‘윤석열 대 추미애’ 구도로 전선이 선명해지는 데다, 당대 거물급 정치인들의 출마 명분도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조수진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이 완수되면 떠나겠다고 했던 추미애 장관, 그 검찰개혁은 ‘윤석열 찍어내기’였다”며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 대가는 국무총리? 첫 공수처장? 서울시장 후보?”라고 적었다.
 
한편,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불어난 추 장관 지지자들의 재신임 요구가 이어졌다.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을 쓴 김두일 작가는 “자칫 현재까지 힘들게 쌓아온 검찰개혁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추 장관의 정무적 판단에 의한 사퇴 의사를 만류해 주시고, 반려해 주시고, 나아가 재신임의 모습을 분명하게 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5시까지 2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추 장관은 이날 하루 연차 휴가를 내고 법무부에 출근하지 않았다. 추 장관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 장관이 현재로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안팎에선 추 장관에 공수처 출범 때까지 법무부 장관직을 유지할 거란 관측도 계속되고 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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