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준형 “바이든은 ‘오바마+트럼프’ 될것...'하노이 리패키지' 필요”

중앙일보 2020.12.18 05:00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미국의 조 바이든 신 행정부 출범 한 달을 앞두고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는 갔지만, 트럼피즘(Trumpism·미국 우선주의 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文정부 외교정책 설계'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인터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앞두고 16일 외교 전략 전망

 
김 원장은 지난해 8월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에 부임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김기정 국가전략연구원장과 함께 ‘연정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외교ㆍ안보 자문그룹으로 분류된다. 김 원장을 16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장실에서 만나 바이든 시대 한국 외교의 과제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이든 시대 트럼피즘이란 건 어떤 의미인가.
이념적으로 ‘바이든=오바마+트럼프’가 될 거다. 바이든은 대선이라는 전투에선 이겼지만, 트럼피즘이라는 전쟁에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바이든은 미국의 동맹, 다자주의 회복을 통해 전통적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거다. 그런데 미국이 많이 약해져 있다. 미국 내 빈부 격차, 중산층 붕괴와 같은 문제에 대안을 주지 못하면, 선동적인 트럼피즘은 4년 후 다시 나타날 거다. (트럼프를 찍은) 7420여만표가 말해준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의 딜레마는 어떤 양상이 될까.
과거 냉전 시대엔 서로 자기 진영으로 오라면서 보상을 했는데 지금 미·중은 안 끼면 처벌을 한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사태 때 한국을 외면했고, 중국에 두들겨 맞는 호주를 미국이 외면하는데 과연 동맹국들에 미국을 전적으로 믿고 중국과 불화를 무릅쓰라고 할 수 있나.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당장 편을 갈라서 어디에 들어오라고 압박하진 않을 거로 본다. 중국 압박 양상도 해킹ㆍ지식재산권 침해, 항행의 자유 등 게임의 규칙에 집중될 거다. 우리는 원칙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올해의 인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캡처]

미국 타임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올해의 인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캡처]

한미동맹 현안은 안정될 것이라 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이나 주한미군 철수 같은 양자 압박은 덜할 거다. 대신 한ㆍ미ㆍ일 공조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본다. 바이든은 일본과 (부통령 시절) 지소미아(GSOMIAㆍ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도입, 미사일 방어체계(MD)의 상호 운영, 미ㆍ일 신(新) 안보 가이드라인 등을 도입했다.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압박이 클 거다.”
 
문 정부 들어 한미동맹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고, 트럼프 정부도 동맹관계의 '재생(rejuvenate)'을 언급했다. 단, ‘변화의 의미’를 놓곤 한ㆍ미 간 동상이몽이란 지적도 있다.
중국이 부상하는 가운데 한·미동맹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한·미동맹을 건드릴 수도 없고, 조정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는 성역처럼 신화화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동맹을 거래 관계로 본 트럼피즘으로 이 철옹성은 깨졌다고 본다. 동맹도 시대 요구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남한강에서 열린 훈련에서 주한미군 육군 공병대원이 도하를 위한 리본 부교를 놓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지난해 2월 남한강에서 열린 훈련에서 주한미군 육군 공병대원이 도하를 위한 리본 부교를 놓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쟁점이 될까.
주독미군 같은 급격한 재조정은 주한미군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트럼프 정부에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미국 내 강경 좌파는 해외 주둔 비용을 노동, 환경 예산에 써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반도의 인계철선은 올드 전략으로, 주둔군이 아닌 해ㆍ공군 중심으로 주한미군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에선 먼저 감축을 말하면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프레임에 빠진다. 장기적으로 북한 문제가 해결되고 평화 체제가 도입되면 주한미군·유엔사의 역할 조정은 이뤄져야 한다.
 
국내 외교가에선 동맹 문제에 있어 ‘동맹파’냐 ‘자주파’냐 입장이 갈리는데.
친미, 친중, 친북은 분단 구조에서 오랫동안 이뤄진 기형적인 이념론이다. 냉전체제가 있는 한 우리에게 주어진 천형(天刑) 아니겠나.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안보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스스로 이념에 갇히면 우리가 가장 손해를 본다. 동맹파, 자주파 이런 말은 안 쓰는 게 맞다.
 
문 정부 임기가 약 1년 5개월 남았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외교ㆍ안보 과제는 무엇인가.
앞으로 6~7개월 북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과거 김대중-빌 클린턴 정부의 ‘페리 프로세스’가 조지 W 부시 정부로 넘어가며 중단됐다.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으로 미국을 설득해 '페리 프로세스'로 돌아가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당분간 바쁠 거다. 그러니 우리를 믿고 북한 문제를 맡기게 하려면, 우선 ‘한국은 미국과 사전 논의 없이 어떤 것도 앞서가지 않는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잠시 산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잠시 산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핵ㆍ남북관계 해법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논의했던 ‘하노이 리패키지’가 필요하다.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해 중간 단계 합의를 받아들인다면 ‘영변 플러스 핵 동결’도 괜찮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ㆍ종전선언ㆍ금강산 관광 재개 등은 북·미 관계 개선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순 있어도, 이것만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그런 오인을 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조심스럽지만, 강제징용 문제는 국민 피해에 대한 보상은 우리 정부가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일본의 잘못을 계속 지적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일본은 한국 정부가 법원에 개입해 현금화 절차를 중단시키는 걸 대화 전제로 요구하고 있다. 일방적 굴복을 요구하면 대화가 안 된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신남방ㆍ신북방 정책을 입안하고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https://news.joins.com/Digitalspecial/445)을 구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동맹 질서 위주의 동북아시아에 보조적인 역할로 다자주의 협의체를 만들어야 미·중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며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위원회에 뿌리를 두고 있고, 박근혜 정부의 구상도 있다. 정권을 초월한 지역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