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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바이든은 문재인을 핵심 파트너로 삼을까

중앙일보 2020.12.18 00:45 종합 33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캄보디아·미얀마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 시민단체 활동가나 공무원을 만나면 그들은 민주주의를 이룬 롤모델 국가로 한국을 자주 언급한다. 몽골에서 만난 여성 기업가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후원한 여성역량강화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제조한 상품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최근의 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CSIS 설문조사에서 민주주의 정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장 명확히 드러낸 게 한국인이었다.
 

민주주의 후퇴 징후가 나타나
한국과의 동행에 망설일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되도록 빨리 민주주의 국가 정상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훼손한 국제질서를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파트너가 될 것이고, 미국 새 정부의 정상회담이 시작되면 초반에 회담을 가질 것 같다.
 
한국은 20년 전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민주주의 공동체(CD)의 의장을 맡았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할 동맹국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미국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지지로 2014년 부산에서 국제 원조에 대한 고위급 회의가 열렸고, 민주적인 통치와 책무를 주요 현안으로 다뤘다. 이러한 역사는 바이든 정부가 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보여줄 최적의 장소로 한국을 고려하게 한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 정상과의 만남에 망설일 수도 있다. 그는 청와대가 최근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인다는 보고를 민주주의 전문가들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의원들의 염려 섞인 발언도 접했을 것이다. 한국 집권당이 북한으로 성경·전단·돈을 북한으로 보내지 못하게 하는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들자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뉴저지)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스미스 의원은 “표면적으로는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에 있는 입법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공산주의 독재정권 아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보급하고 정신적·인도주의적 구원을 제공하는 행위를 범죄 행위로 간주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혹자는 스미스 의원을 한 보수 강경파 의원일 뿐이며 미국의 여론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반민주주의 경향에 대한 우려는 진보 진영에도 널리 퍼져 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는 민주주의 문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학술지 ‘저널 오브 데모크라시’ 7월호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쇠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논문과 책들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저자들은 대부분 신 교수와 비슷하게 한때 정권의 억압에 맞서 싸웠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던 학자들이다. 2019년 프리덤 하우스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이지만 민주적 비판과 반대를 약화하기 위해 쓴 수단 때문에 ‘정치적 참여’와 ‘시민적 자유’ 순위는 대만과 일본 등의 주변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바이든 당선인은 임기 동안에 미국 안팎에서 민주주의를 주요 화두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시대 잔재 청산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고 민주주의 가치를 극명히 보여주는 국가다. 따라서 한국은 새 미국 정부의 핵심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미국의 많은 전문가는 한국을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 삼는 데 경고음을 울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청와대와 집권당 인사들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문제뿐만 아니라,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일생에 걸쳐 민주주의 국가로의 전환을 위해 헌신했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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