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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사망 느는데 3단계 검토? 심각성 모르는 정부 답답"

중앙일보 2020.12.17 18:30
 17일 오후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 확보를 위한 컨테이너 임시병상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 확보를 위한 컨테이너 임시병상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 이상 쏟아지면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2명 발생했다. 지난 2월 20일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하루 사망자로는 가장 많다. 누적 사망자는 634명으로 치명률(사망률)은 1.36%가 됐다.
 
사망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이유는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 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60대 이상 고령 확진자가 늘어난 때문이다. 이달 1~16일 발생한 확진자 총 1만1241명을 분석해보면 이 가운데 위중·중증 환자로 증세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60세 이상 연령층이 30.1%(3383명)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은 1%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령에 따른 편차가 크다. 80대 이상 환자의 치명률은 15.06%, 70대는 5.33%, 60대는 1.07%에 달하지만 50대는 0.30%, 40대 0.09%, 30대는 0.03%로 낮다. 국내에서 20대 이하 사망자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코로나19가 고령층에게 위협적이란 얘기다.  
 
최근 감염경로를 보면 확진자 접촉에 의한 감염이 43.2%(4853명)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집단발생이 30.4%였다. 확진자 접촉에 의한 감염은 가족 간 전파가 33.2%로 가장 많았다. 특히 80~89세의 45.3%, 90~99세의 55.6%가 가족과 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대본은 “가정에서 취약 고령층을 철저한 보호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성별 감염경로 살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성별 감염경로 살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2월 들어 요양병원ㆍ시설에서의 감염이 증가(2.5%→9.8%)하는 추세라는 점도 사망자 증가를 부추기는 요소다. 고연령층에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빠른 속도고 중증 환자가 되고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접촉자 조기 발견ㆍ차단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사망 이후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14일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사망한 70대 확진자 A씨가 그런 사례다. A씨는 14일 새벽 사망했다. 당시에는 이 요양원 내에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A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로 숨졌다는걸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A씨 시신이 장례식장에 안치된 이후 요양원 내 코로나19 환자가 2명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요양원 내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숨진 A씨를 검사해 사후 확진됐다.  
 
의료체계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32개 남았다. 서울과 경기에는 각각 1개 남았다. 이 때문에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대기하다 집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수도권의 상황은 2~3월 대구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는 건 지역사회에 이 바이러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환자 발생 뿐 아니라 중환자실이 가득차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어나 사망자가 급증하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할 중환자실 확보이고 그 다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라며 “이미 국민들은 모든 일상 활동을 3단계에 준해서 수행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만 여전히 아쉬운 듯 3단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지난달 정해놓은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800~1000명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미 지난주 3단계 격상 가능한 수치에 도달했다.    
 
이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논의하고 있다. 3단계 격상을 결정하는 지표 중에 신규 확진자 수 외에 여러가지 보조지표가 있다. 방역적 통계망을 상실하느냐, 의료체계 수용을 초과해서 의료체계 붕괴가 되느냐이다. 이 두가지 질문을 따져서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수준이 되면 3단계로 올려도 소용이 없다. 그런 수준이 오지 않도록 막으려고 3단계로 올리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한박자만 늦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데 유행이 더 커지고 오래 지속됐을 경우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3단계 올리는 걸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당분간 사망자가 이런식으로 계속 증가할텐데 보고만 있을 것인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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