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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과 싸울거냐" 강기정이 압박 나선 날, 윤석열은 소장 낸다

중앙일보 2020.12.17 17:43
“이제부터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과 싸움을 할 거냐를 선택해야 한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일 징계처분에 반발하며 소송절차에 들어간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서 한 발언이다. 강 전 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당연히 수리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뉴스1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뉴스1

 
추 장관 사의 표명에는 ‘윤 총장 당신도 법적대응을 떠나서 깨끗하게 사퇴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뜻이 깔려있나.
“지금부터 만약 윤 총장이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신청을 한다면 그건 대통령과 싸움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이것저것 떠나서 사퇴하는 게 도리인가.
“징계가 왜 이뤄졌는지를 윤 총장이 받아들여야 한다.”
 
강 전 수석의 발언은 추 장관이 사의를 밝힌 이상 앞으로 법정 다툼은 ‘문 대통령 vs 윤 총장’ 구도가 되니, 윤 총장도 결단해 달라는 압박이다. 실제로 이날 여권에선 “윤 총장이 물러난 뒤에도 징계의 부당함을 다툴 수 있다”(김기식 전 의원 등)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주장이 쏟아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압박에도 윤 총장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면서 ‘추·윤’의 사퇴 여부 및 시기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전날 윤 총장에 대한 징계안(정직 2개월)을 재가하면서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명확하게 언급하진 않았지만, 추 장관의 사의를 결국 수용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심사숙고한다고 했으니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교체 시기에 대해선 “당장 인사를 해도 청문회 등 후보 검증 일정을 감안하면 2달 이상은 걸린다”고 했다. 추 장관이 내년 1월 중 출범을 목표로 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까지 마무리하고 물러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전날 추 장관에게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 총장 거취는 더 안개 속이다. 이날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가 입장문을 통해 “오늘 중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장(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일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총장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피고는 대통령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징계는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이 재가했기에, 이에 반발하며 낸 윤 총장의 소송은 문 대통령에게 맞서는 모양새일 수밖에 없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의 사의와 관계없이 소송은 진행된다”고 말했다. 다만, 본안 소송(직무배제 취소 소송)은 내년 7월까지인 윤 총장 임기 내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낮아, 윤 총장 측은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공수처의 첫 수사 대상이 윤 총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정범 변호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통화에서 “해임·파면 등 중징계보다 낮은 정직 사유를 수사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정직 기간(2020년 12월 16일~2021년 2월 16일)에 추 장관이 주도한 공수처가 가동되면 향후 윤 총장에 대한 압박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윤성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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