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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 없는 백신 먼저 맞자는 정부···국민 56% “두렵다”

중앙일보 2020.12.17 15:51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접종 첫날인 14일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로이터]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접종 첫날인 14일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국민의 안전 우려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사한 뒤 접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은 성급한 백신이 두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백신 접종을 놓고 굳이 우리가 굳이 '퍼스트 팽귄'을 자처할 필요가 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를 전제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방침에 대해 시민들은 ‘백신 접종’보다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17일 직장인 박모(30)씨는 “안전이 우선이라고 백신 도입을 미뤄왔는데 갑자기 식약처가 자체 심사를 한다니까 당혹스럽다. 내가 먼저 가서 맞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80대 노모를 돌보고 있는 이모(54)씨는 “어머니 건강이 걱정돼 백신을 맞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검증이 이뤄질 수 있을까 무섭다. 어떤 백신을 맞을 건지 선택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 55.8% “성급한 백신 접종 두렵다”

세계 각국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세계 각국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유명순 서울대보건대학원 연구팀이 16일 발표한 ‘코로나 국민 인식조사’에서도 국민 절반 이상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성급히 코로나 백신 접종이 추진되는 것이 두렵다(55.8%)’고 답했다. ‘백신 접종이 다른 나라보다 늦게 이뤄질 것이 두렵다’는 답변은 35.7%였다.

 
이에 앞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도입은 미 FDA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절차에 따라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백신은 화이자(미국)ㆍ모더나(미국)와 달리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시험을 마치지 못한 상태여서 연내 미 FDA 승인을 얻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승인 결정을 내리면 유럽, 미국에 앞서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하게 될 수 있다. 
 

“FDA 승인 없는 백신 접종한 적 없어"

전문가들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백신 확보는 충분히 신속하게 하되 국민에게 접종하는 건 좀 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물론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자체 검토를 할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미국 FDA나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거치지 않은 백신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심사해 접종한 역사가 없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FDA 승인 없이 식약처가 자체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다”면서도 “최소한 미국 FDA 임상 3상 연구를 통해 나온 데이터나 논문 결과 발표를 보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만약 미국 FDA 3상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음에도 식약처가 백신을 승인하면 위험 부담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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