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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겨울의 별미 과메기와 어울리는 맥주는

중앙일보 2020.12.17 15:00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58) 

 
여느 때 같으면 약속도 많고 할 일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가로운 연말이다. 힘이 빠지고 심심하기도 하다.
 
집안에 갇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요즘, 식도락만큼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도 없다. SNS에서 본 음식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수제 맥주의 개성과 겨울 제철 음식의 특성을 맞춰 나만의 풍성한 만찬을 준비해본다. 홈트는 내일부터다. 
 

맥주와 음식의 페어링 원리 세 가지

전문가들은 맥주와 음식을 페어링(짝 맞추기) 하는 데 있어 세 가지 기본 원리를 제시한다. 이 원리는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맥주나 음식을 놓고 적합한 원리를 적용해 매치하면 된다.
 
첫 번째는 풍미의 강도를 맞추는 것이다. 풍미는 맛과 향, 질감 등을 합한 종합적인 음식의 맛이다. 잔잔하고 섬세한 풍미를 가진 약한 강도의 음식은 약한 강도의 맥주와 어울리고, 강한 향이나 맛이 나는 음식은 그만큼 강한 맥주와 조화를 이룬다. 음식의 맛이 약한데 강한 맥주를 매치하면 음식의 맛을 압도해버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 조합해 먹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음식의 강도는 재료 자체의 특성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고 조리법에 따른 특성이 반영될 수도 있다. 강도는 지방기, 단맛, 조리방식(굽기, 튀기기, 찌기 등), 양념 등 여러 요소로 인해 결정된다. 닭가슴살을 삶기만 할 때와 양념을 해서 튀겼을 때를 비교하면 튀겼을 때의 강도가 훨씬 세다.
 
맥주 역시 알코올 도수, 탄산, 쓴맛, 단맛, 과일향, 바디감, 신맛, 로스팅 풍미 등 많은 요소가 강도를 정한다. 일반적으로 도수가 높은 맥주가 바디감도 높고 풍미가 진해 전체적인 강도가 세다. 블루 브리 치즈와 같이 풍미가 약한 치즈에는 필스너와 같이 무난한 맥주를 조합하고 스틸턴 치즈같이 지방 함량이 높고 맛이 강한 치즈에는 도수가 높고 풍미가 강한 발리와인을 매치해 마시면 조화롭다.
 

치즈와 맥주의 강도를 맞추면 조화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사진 황지혜]

치즈와 맥주의 강도를 맞추면 조화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사진 황지혜]

 
다음으로는 요리와 맥주의 조화를 찾는 방법이 있다. 공통적인 맛과 향의 요소를 찾아 매치하는 것이다. 미국식 IPA나 페일 에일의 과일 향에서 착안해 과일 샐러드를 조합하고 견과류, 고소함, 빵 등을 느낄 수 있는 메르첸, 페스트 비어와 불에 구운 고기 등을 함께 먹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음식과 맥주의 대비되는 풍미를 고려해 각각의 맛을 강화 또는 약화하거나 씻어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운 음식에 홉의 풍미가 진한 맥주를 마시면 매운맛이 강조된다. 반면에 지방이 많은 음식에 탄산이 많은 맥주를 마시면 느끼함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잘 숙성된 맥주는 음식의 감칠맛을 북돋워 주기도 한다.


제철 음식과 맥주의 페어링

섬초&한라봉 샐러드-밀맥주, 미국식 페일에일

겨울이 되면 남해 등지에서 나는 섬초에 단맛이 무르익고 제주의 한라봉도 제철을 맞는다. 섬초와 한라봉, 올리브유를 기반으로 만든 샐러드는 강도가 약하고 상큼한 단맛과 감귤류의 풍미(시트러스)가 매력적이다. 이를 고려할 때 강도가 높지 않은 달콤한 향, 새콤한 맛을 내는 밀맥주가 어울린다. 국산 수제 맥주 중 크래머리 바이젠(크래머리브루어리), 파리지앵 밀맥주(더랜치브루잉), 밀땅 바이젠(어메이징브루잉) 등이 있다.
 
또 홉에서 나오는 감귤류의 향이 돋보이는 아메리칸 페일 에일이 샐러드의 맛을 살려줄 수 있다. 동명항 페일에일(크래프트루트), 플래티넘 페일에일(플래티넘맥주)를 추천한다. 
 
생굴-스타우트, 포터

굴과 기네스 맥주. [사진 Wikimedia Commons]

굴과 기네스 맥주. [사진 Wikimedia Commons]

 
생굴과 함께 스타우트나 포터를 마시는 것은 근본 있는 조합이다. 과거 영국, 아일랜드에서는 노동자가 일을 마치고 저렴한 굴과 포터, 스타우트를 같이 먹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서는 1954년부터 매년 가을에 대표 아이리시 스타우트인 기네스 맥주가 후원하는 굴 축제가 열릴 정도다. 굴 자체의 짭짤한 맛, 강한 바다 향과 약간의 비린 맛 등과 아이리시 스타우트의 드라이함, 담백함이 조화를 이룬다. 또 부드러운 굴의 질감과 질소를 넣어 부드러움을 극대화한 기네스의 질감도 잘 어울린다. 스타우트와 유사한 풍미를 가진 포터 스타일도 굴과 함께 먹기에 좋다. 국산 수제 맥주 중에는 영등포터(비어바나), 맥파이 포터(맥파이브루잉)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도루묵구이-앰버 라거
 
매년 겨울이 되면 도루묵구이와 찌개를 찾아 주문진항에 가곤 한다. 찬바람이 불면 담백하면서도 톡톡 터지는 알의 느낌이 그리워진다. 사이드 메뉴처럼 따라오는 양미리구이도 일품이다. 고소함과 감칠맛이 있는 생선구이에는 맥아의 묵직함과 고소함이 살아있는 라거가 어울린다. 안동 라거(안동 맥주), 젠틀맨 라거(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등을 조합하면 맛이 배가된다.


과메기- 세종, 바이젠복
 
겨울의 별미 과메기는 다양한 관점에서 어울리는 맥주를 찾아볼 수 있다. 과메기 자체의 맛과 식감을 따진다면 풍부한 지방의 맛과 비린 맛을 상쇄해주고 알싸한 후추 풍미를 더 해주는 세종 스타일이 어울린다. 또 씹을수록 고소한 과메기의 맛은 빵, 비스킷의 풍미가 살아있는 복 맥주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과메기의 경우 초장을 찍어 미역, 파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쌈을 싸 먹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채소와 어울리는 홉의 향을 가진 호피 라거나 페일 에일까지도 매치해볼 수 있다.
 
국산 수제 맥주 중 세종 스타일로는 카브루 드라이세종(카브루)을, 복 스타일로는 루트바나 둔켈바이젠복(비어바나, 크래프트루트), 크래머리 바이젠복(크래머리브루어리) 등을 추천한다. 
 
 루트바나 둔켈바이젠복. [사진 황지혜]

루트바나 둔켈바이젠복. [사진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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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혜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필진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맥주는 짝으로 쌓아놓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맥주 덕후. 다양한 맥주를 많이 마시겠다는 사심으로 맥주 콘텐츠 기업 비플랫(Beplat)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맥주 스타일, 한국의 수제맥주, 맥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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