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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직 2개월' 재가한 그때...윤석열, 조남관 등과 저녁회동

중앙일보 2020.12.17 12:46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한 16일 저녁 윤 총장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포함한 검찰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은 직무 정지 효력이 발생한 첫날인 17일 오전 자택에 머물며 향후 행보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한 측근이 전했다. 조만간 법적 대응에 착수할 전망이다. 
 

정직 처분 뒤 조남관과 저녁, 자택서 대응 방안 구상

윤 총장은 전날 오후 6시 10분께 별다른 메시지 없이 퇴근했다. 오후 6시 40분쯤 서초동 자택에 도착했다. 이후 아파트 단지 지하 식당에서 조 차장을 포함한 검찰 관계자들과 저녁 자리를 가지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업무 공백에 따른 현안과 후속 대책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오후 7시 30분 윤 총장 징계 재가와 함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 사실을 밝혔다. 윤 총장 측은 전날 오후 5시 20분 징계위 징계의결요지서를 수령했고, 오후 8시 40분 '17일부로 정직 2개월'이란 내용이 담긴 정부인사발령통지문을 수령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 따라 윤 총장은 오후 9시 전 자리를 파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자택으로 걸어 올라갔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재가 이후 변호인을 통해 "추 장관 사의 표명과 관계없이 소송 절차는 진행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자택에 머물며 향후 대응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윤 총장 측은 이날 "금일 일과 시간 이후 행정법원에 전자소송으로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며 법적 대응을 기정사실로 했다. 윤 총장은 행정법원에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처분 취소 소송과 본안 판결 전까지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장관을 상대로 대통령의 정직 처분이 정당했는지 다투게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음에 따라 총장 대행 업무를 맡게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음에 따라 총장 대행 업무를 맡게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정직 전 '국민과 함께 하는, 국민의 검찰' 메시지

윤 총장은 전날 전국 검찰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해 소상공인 소환 자제 등을 지시했다. 우선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기소유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소환조사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벌과금은 분납할 수 있도록 하고 벌금형 집행유예 등 형사법 집행의 수위도 최소화하도록 주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지검에서 열린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1층 로비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하며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지검에서 열린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1층 로비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하며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 총장은 정직 직전까지도 달라지는 제도로 국민이 겪을 불편함을 걱정했다. 대검찰청은 전날 윤 총장의 지시로 '형사사법 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제목의 국민 안내 자료 배포도 지시했다. 대검은 이 자료에 "검찰은 제도 변화로 인한 국민불편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일부 중요 범죄로 제한되고, 내후년부터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상실된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검찰권이 제한되고, 검찰의 수사 방식의 변화만 가져오는 '찻잔 속 태풍'이 아니다. 재판에서의 유·무죄 판단,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피해자의 권리 회복 등 사법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자인 경우 법적 대응이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윤 총장이 23일 일선 검사들과 만나 "검찰개혁의 비전은 '공정한 검찰'이 돼야 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측면 때문이다.
 
검찰 내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조서 없는 수사 시대'를 대비하는 것이다. 앞으로 검찰 조사실에서 필터링을 거친 피의자의 진술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대신 공개된 법정에서 한 진술과 원본 증거를 놓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피의자가 조서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영상녹화물 등 그 밖에 객관적 방법에 의해 증명이 되면 증거로 인정이 되지만, 해당 법률 조항은 당장 내년부터 삭제된다"며 "검찰의 새로운 수사 시스템에 대한 표준모델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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