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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불복' 벨라루스 야권, 2020년도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

중앙일보 2020.12.17 00:35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사하로프 인권상 시상식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사하로프 인권상 시상식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6년간 집권한 대통령에 맞서 4달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유럽 벨라루스 야권이 2020년도 사하로프 유럽 인권상(Sakharov Prize)을 수상했다고 AP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하로프 인권상은 유럽 의회가 인권·자유 수호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소련 핵물리학자로서 자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판했다가 유배당한 안드레이 사하로프를 기념하기 위해 1988년 12월 제정됐다.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대표로 참가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수상 소감에서 “벨라루스에 자유가 없다면, 유럽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유럽과 전 세계에 벨라루스와 함께 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집권 중인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열린 대선에서 티하놉스카야와 맞붙었다. 야권에 전폭적인 지지가 쏟아져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개표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몰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같은 달 19일 유럽연합(EU)은 벨라루스 대선 절차에 결함이 있었다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개표 당일부터 반대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났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이를 진압하며 9월 4일 6번째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EU는 루카셴코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대해 제재를 내린 상태다.
 
현재까지도 벨라루스에서는 꾸준히 비폭력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 진압에는 최루탄과 섬광탄, 경찰봉으로 무장한 군경이 투입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체포 사례만 3만건 이상으로, 야권은 벨라루스 당국이 체포한 시위대를 고문하고 성폭행하는 등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AP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군경에 폭행당했으며,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티하놉스카야가 16일 수상 소감을 밝히던 도중 시위 참가자의 사진을 들어 올리고 잇다. AFP=연합뉴스

티하놉스카야가 16일 수상 소감을 밝히던 도중 시위 참가자의 사진을 들어 올리고 잇다. AFP=연합뉴스

 
수상 도중 티하놉스카야는 거리에서 시위 중인 벨라루스 시민들의 사진을 들어 올리며 사하로프 상을 이들에게 헌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 27개국을 향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일어서는 것은 ‘개입’이 아니다. 그건 각 국가의 의무”라며 “당신들의 연대와 목소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티하놉스카야는 그러면서도 사하로프 상 수상을 두고 “자유로운 사상가라고 인정받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있겠냐. 우리가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더 나은 동기가 있겠냐”며 “우리는 이기게 돼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데이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벨라루스 야권에 경의를 표했다. 사솔리 의장은 “우리는 이들의 용기를, 벨라루스 여성들의 용기를, 이들의 시련을, 말로 다할 수 없는 남용 행위들과 폭력을 본다. 민주주의적인 국가에서 살겠다는 이들의 열망과 결의는 우리를 고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티하놉스카야와 벨라루스 야권 정치인들이 브뤼셀 유럽의회 의사당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16일 티하놉스카야와 벨라루스 야권 정치인들이 브뤼셀 유럽의회 의사당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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