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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하나 없이 일냈다…‘100만원 장비’로 가는 자율트럭

중앙일보 2020.12.17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는 마스오토의 박일수 최고경영자 는 "물류 산업을 혁신하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는 마스오토의 박일수 최고경영자 는 "물류 산업을 혁신하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는 지난달부터 경기도 파주와 대전 사이를 오가는 자율주행 트럭을 운행하고 있다. 물류센터의 택배 상자를 옮기는 간선운송 업무에 자율주행 트럭이 투입된 것. 마스오토의 5.5t짜리 자율주행 트럭은 동승한 운전자 개입없이 오늘도 우체국 택배를 싣고 500㎞ 거리를 달린다. 전세계적으로 실제 화물 운송 업무에 자율주행트럭이 투입된 사례는 2~3건에 불과하다.
  

파주~대전 화물차 운영 마스오토
카메라 7대에 머신러닝 기술 결합
비싼 라이다 안 달아 가격경쟁력

박일수 대표 “운전자 피로 확 줄어
완전 무인 땐 물류비 60%로 감소”

KAIST 학부생 2명 3년 전 공동창업
 
이를 해낸 회사는 KAIST 전산학과 10학번, 09학번 선후배인 박일수 대표와 임규리 CTO(최고기술책임자)가 2017년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학부 때 전공했던 인공지능(AI)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기술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박 대표는 지난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머신러닝 기술로 밸류(기업가치) 있는 회사를 키워보자며 사업을 시작했다”며 “자율주행 트럭이라면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현재 자율주행 시장은 아마존·테슬라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포드·GM같은 완성차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안전하고 정확한 자율주행 방법을 놓고 연구 중이다. 아마존은 지난 6월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의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의 양방향 자율주행 영상을 15일 공개하기도 했다. 마스오토는 자율주행 중에서도 ‘자율주행트럭의 상용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마스오토는 스스로를 ‘물류업에서 경쟁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총 8명의 직원 중 박 대표를 포함한 6명이 개발자, 나머지 2명은 트럭 운전 업무에 투입되는 기사다. 박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시기에 운송·물류 회사들을 만났다. 국내 물류 운송 시장에는 1만 개가 넘는 업체가 난립 중. 화물트럭 기사들은 기름값을 아끼려고 가능한 한 천천히 운전한다. 트럭 한 대의 서울·부산 편도 이동시간은 기본 6~7시간, 기사들은 목적지 도착해 1박 숙박후 이튿날 복귀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이렇다보니 운송 효율성이 개선되기 어렵다.
 
박 대표는 “AI, 자율주행 기술 없이는 물류 비용을 단 5%도 줄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재 물류·운송 비용에서 연료비와 인건비 비중은 각각 30%다. 마스오토는 소프트웨어로 운전 속도와 경로, 주행 방법을 최적화하면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자율주행 기술로 최단거리·최적화 운전을 하기 때문에 동승한 운전자의 피로도 역시 크게 줄어든다.
 
현행법상 동승자 없는 무인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 박 대표는 “규제와 보험 문제까지 해결되고 나면 완전 무인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그때는 물류 비용을 현재보다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 ‘마스오토’ 박일수 대표(왼쪽 셋째)와 직원들. [사진 마스오토]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 ‘마스오토’ 박일수 대표(왼쪽 셋째)와 직원들. [사진 마스오토]

자율주행트럭은 대개 고속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최소 200m 앞을 정확히 내다봐야 한다. 정차가 잦은 도심 운전과 달리, 주변 차량에 맞춰 고속을 꾸준히 내야하는 것도 과제다. 마스오토는 이런 과제를 카메라 7대와 머신러닝 기술로 풀려고 한다. 트럭에 설치된 카메라로 얻은 주행 데이터를 자율주행 AI가 스스로 학습해 운전 실력을 향상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는 전세계에서 마스오토와 테슬라를 포함해 3~4곳에 불과하다. 반면, 대부분의 자율주행 연구개발 기업들은 비싼 라이다(LiDAR)를 핵심 센서로 활용한다.
 
마스오토는 국토교통부가 임시 자율주행운행을 허락한 40개 업체 중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허가받은 국내 유일 사례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당시 마스오토에 “카메라만으로는 물체간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안전운행을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마스오토는 “머신러닝 기술이 카메라와 결합, 주변 물체와의 속도·거리를 정확하게 알아내게 하는 것이 우리만의 기술력”이라며 “2년 전에는 1t 트럭이었지만 올해는 준대형트럭(5.5~10t)의 자율주행운행을 허가 받았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 허가 국내 유일
 
현재 마스오토가 운행하는 트럭에는 카메라 외에 레이더도 달려 있다. 박 대표는 “다양한 센서를 많이 쓸수록 안전해지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비용 절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트럭에 부착된 컴퓨터와 장비 가격은 다 합쳐도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스오토의 기술력에 의구심을 가진 건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투자유치 과정에서 “자율주행차는 대개 박사급 개발자들이 만드는데, 학부생 2명이서 어떻게 자율차를 만들 수 있다는건지 근거가 없지 않나”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마스오토는 이런 편견을 깨고 자율주행트럭 개발에 성공했다. 마스오토는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와이콤비네이터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누적 18억원을 투자 받았다.
 
박 대표는 “파주·대전을 오가는 자율주행트럭처럼 현업에 투입되는 트럭 숫자를 늘리면 2년 내에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다(LiDAR)
레이저 센서를 발사, 그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보고 주변 사물의 속도·방향·거리를 인식하는 센서다.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을 동시에 활용해 고난도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려는 방법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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