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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골퍼-캐디 커플, US여자오픈서 허니문

중앙일보 2020.12.17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알레나 샤프(왼쪽)와 사라 보우먼. [알레나 샤프 인스타그램]

알레나 샤프(왼쪽)와 사라 보우먼. [알레나 샤프 인스타그램]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인 알레나 샤프(39·캐나다)가 동성인 자신의 캐디 사라 보우먼(44)과 결혼했다. 둘은 지난달 23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집에서 식(사진)을 올렸다. 샤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혼 사실을 공개했지만, 동료 선수들도 거의 몰랐다. 뒤늦게 결혼 사실이 알려졌고, 두 사람은 10~15일 열린 US여자오픈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대회가 신혼여행이 된 셈이다.
 

경기 중 심리적 안정 등 서로 힘 돼

사연을 전한 12일 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3년 아마추어 아이스하키리그에서 서로 다른 팀의 센터로 만났다. 샤프는 “보우먼의 팀이 거의 이겼다. 내가 그 대가로 보디체크를 좀 했다”고 NYT에 말했다.
 
샤프는 투어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취미로 아이스하키를 했다. 보우먼은 미국 피츠버그 출신으로 스키선수였고, 은퇴 후 심리학 박사가 되기 위해 연구소에서 일하며 하키를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샤프는 2부 투어에서 뛰던 2014년, 보우먼에게 임시 캐디를 부탁했다. 보우먼은 첫 홀에서 캐디백 속 클럽을 쏟는 실수를 했지만, 샤프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얼마 후 샤프는 보우먼에게 완전히 캐디백을 맡겼다. 둘은 “일이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곧바로 다른 캐디를 찾는다”고 약속했다. 이후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샤프는 도쿄 올림픽 출전도 희망한다. 보우먼은 그린도, 선수 마음도 잘 읽는다. 보우먼은샤프에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고, 게임을 주도하며 본능을 믿으라”고 조언했다.
 
샤프는 “경기 중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보우먼이 ‘골프는 네 일일 뿐이지, 네 존재 자체는 아니다. 성적이 어떻든 너는 풍성하게 사랑받고 있다’고 응원한다. 다른 캐디였다면 차마 할 수 없을 얘기도 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말했다. 보우먼은 “보수적인 지역에서 자라 청소년 시절 성적 정체성 고민으로 자살도 생각했다. 우리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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