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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 윤석열…헌정사 초유의 싸움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0.12.17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린 지 14시간20분 만이다. 그로부터 2시간10분 후 윤 총장에게 ‘17일 0시부터 2달간 직무가 정지된다’는 명령서가 전달됐다. 윤 총장이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항명 논란을 빚으며 징계(정직 1개월)를 받았을 땐 13일 걸렸었다.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추미애, 징계 보고하며 사의 표명
대통령 “추, 추진력으로 개혁완수”
전직 총장 9인 “법치 위협” 성명
윤석열 “불법 조치 바로잡겠다”

대단한 속전속결이다. 짧게 보면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를 발표한 이래, 길게 보면 지난해 말 ‘조국 국면’ 이래 이어져 온 집권세력과 윤 총장의 ‘대치’를 끝내고 다음 단계(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로 넘어가려는 의도도 보인다. 하지만 ‘헌정 사상 최초’가 ‘헌정 사상 최초’를 밀어내며 혼돈을 키우던 양상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특히 지금껏 갈등선이 ‘추미애(또는 조국) 대 윤석열’의 외양이었다면 문 대통령의 재가로 야당에선 “막장 드라마의 주연은 문 대통령”(유승민 전 의원)이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대 윤석열’로의 전이(轉移)다. 더한 혼돈의 예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 장관으로부터 70분간 징계 관련 보고를 받았다. 재가 후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에게 매우 송구하다”면서도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 또는 “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말했다. 이어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 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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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징계 보고와 함께 추 장관이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을 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에선 “대통령이 오늘 추 장관에 대한 교체를 결정하더라도 후임자 인선 과정 등을 감안하면 두어 달 장관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의 징계 기간에 추 장관도 재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징계위 결정을 수용한 것”이란 청와대의 주장과 달리 문 대통령의 적극성이 드러난 언급들이다.
 
윤 총장은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를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란 입장을 냈다. 곧 징계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손발 묶이자 … 여권 “공수처 박차” 내달 10일께 출범 목표
 
형식상 추 장관을 상대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문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다. 이 또한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 될 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마치 대통령과 윤 총장이 서로 맞대고서 재판을, 소송하는 그런 모습이 과연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하는 걸 대통령이 냉정한 판단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우려했다.
 
앞서 송광수·김수남·문무일 등 전직 검찰총장 9명도 이례적으로 “이번 징계 절차는 우리 국민이 애써 쌓아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돼야 할 것”이란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내놓았다. 이들은 “이번 징계 사유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징계 절차로 검찰총장을 무력화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사법절차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 “이번 징계 조치로 법이 보장한 검찰총장의 임기가 사실상 강제로 중단되게 된다”며 “이는 검찰총장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고 소신 있게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동성명에는 2002년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각영 전 총장 이후 임명된 인사들이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의 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 전 총장이 모두 참가했고, 이명박 정부 때의 김준규 전 총장, 박근혜 정부의 김진태·김수남 전 총장과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 전 총장도 뜻을 함께했다.
 
여권은 ‘검찰개혁’, 특히 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일 기세다. 지난 10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문 대통령이 출범 시한으로 “2021년 새해 벽두”를 말했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사실상 18일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일로 못 박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공수처 출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목표로 세운 공수처 출범일은 내년 1월 10일 전후라고 한다.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때를 대비한 문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 기간까지 감안해서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강태화·강광우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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