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업무도 아닌데…세금 4억으로 패딩 맞춰입은 서울시

중앙일보 2020.12.15 17:20
서울시 일부 부서에서 현장감독 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만 집행해야 하는 피복비로 패딩·등산화 등을 구매한 뒤 부서 전 직원이 나눠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 명의 공무원이 같은 기간에 여러 곳의 현장을 감독할 때는 중복지급을 제한하고 있지만, 사업별로 여러 차례 피복비를 집행한 경우도 있었다.
 

피복비 4년간 3억9284만원 부당 집행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2019 지방자치단체 대행감사 결과'에서 적발된 피복비 부적정 집행 현황(예산담당관). [서울시]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2019 지방자치단체 대행감사 결과'에서 적발된 피복비 부적정 집행 현황(예산담당관). [서울시]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달 작성한 ‘2019 지방자치단체 대행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 등 11개 부서가 부적정하게 피복비 예산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감독 공무원의 피복비는 지자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라 공사 기간(동일기간 다수 현장 감독자에 대한 중복지급 제한), 구매 타당성(안전모·안전화 등 실제 필요성), 가격의 적정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감사위에 따르면 서울시는 4년(2016~2019년)간 총 3억9284만원의 피복비를 부적정하게 집행했다. 서울시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획조정실 예산담당관은 주요 예산사업 현장 점검을 사유로 3년간 2834만원 상당의 방한복·근무복을 구매했다. 감사위는 “현장 업무의 직접 담당 여부와 관계없이 부서 전 직원에게 지급했다”며 “중복 지급받은 직원이 전체 직원의 33%이고 2016년엔 배부내역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재무국은 4년간 3163만원의 피복비를 집행했다. 방문 민원인을 응대하는 계약담당자들에게만 지급한다는 이유였지만 부서 전 직원이 경량패딩, 방한복, 고어재킷, 패딩재킷 등을 받았다. 도시기반시설본부는 피복비 예산 편성을 하지 않고도 수백벌의 등산복 패딩, 재킷, 바지 등을 구매했다. 2017년엔 '건설공사장 안전점검사업의 사무관리비, 2018년엔 기본경비(도시철도건설사업비 특별회계)를 통해 모두 405벌의 의류를 샀다.
 

사업기간 7~10월인데 구매는 5월…“규정 자의적 해석”

서울시 피복비 부적정 집행(도로시설과와 도시빛정책과)에 대한 해명 내용. [서울시]

서울시 피복비 부적정 집행(도로시설과와 도시빛정책과)에 대한 해명 내용. [서울시]

예산담당관실은 “매년 동절기(11~12월) 발생하는 새벽 퇴근과 철야 근무, 사무실 쪽잠, 시의회 요구자료 운반, 예산안 책자 배부과정 등 원활한 업무 진행과 직원 건강유지를 위해 필요한 물품이라 판단했다”고 소명했다. 재무국은 “시민 응대 업무가 수시로 발생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감사위는 “규정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엉뚱한 해명을 내놓은 부서도 있었다. 도로시설과는 2017년 276만원을 들여 등산화 23개를 구매하면서 “내근직원 역시 수방 및 제설업무, 재난 상황 발생 시 현장 근무조에 편성돼 비상근무하므로 안전복 및 안전화를 지급했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구매 시기가 5월로 수방대책 시기(7~10월), 제설근무 기간(11~3월)과 연관이 없다고 감사위는 지적했다.
 

자격없는 업체에 도급, 공사비 지급…감사위 “주의”

뚝섬한강공원에 위치한 '자벌레' 2층 교육실 집기제작 설치 공사는 계약금액이 1859만원이지만 국토부에 등록되지 않은 A업체에 도급이 맡겨졌다. 허정원 기자.

뚝섬한강공원에 위치한 '자벌레' 2층 교육실 집기제작 설치 공사는 계약금액이 1859만원이지만 국토부에 등록되지 않은 A업체에 도급이 맡겨졌다. 허정원 기자.

이 외에 규정상 자격이 없는 건설업체에 도급을 맡긴 일도 드러났다.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원 이상인 전문공사는 국토부 등록 건설업체만 시행할 수 있지만, 이보다 큰 규모의 공사를 시행하면서 등록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미등록 업체에 도급을 맡겨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는 2016~2019년 총 15건 3억810만원에 달한다.
 
감사위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위는 “시설부대비로 피복을 부당 지급한 사례에 대해 담당자 문책 및 자체 교육으로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에 대해선 담당자를 문책하고 위반 업체 고발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