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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 전력 수급불안 우려에도 탈원전 마이웨이

중앙일보 2020.12.15 17:12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굳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비용이 저렴한 데다 탄소 배출도 없는 원자력 발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배제됐다. 전력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히 커짐에 따라 향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문 대통령 “탄소중립” 선언과도 배치
원전 빈자리 채우기에 재생에너지 역부족
탄소배출 많은 LNG 발전 의존도 높아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탄소 중립 비전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탈원전 여파로 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LNG 발전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조기 폐쇄 결정된 월성1호기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조기 폐쇄 결정된 월성1호기 모습.연합뉴스

2020~2034 전력수급기본계획 윤곽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력거래소 홈페이지에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24일 개최한다고 공고했다. 산업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 안을 공개한 뒤 이달 말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의결·확정한다. 이번 계획은 2034년까지 적용한다. 
 
정부가 공고를 통해 내놓은 계획의 주요 내용은 지난 5월 워킹그룹(실무작업반)이 발표한 초안과 큰 틀에서 유사하다. 원전과 석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LNG는 늘리는 게 핵심이다. 
 
원전은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따른 신규 건설과 수명 연장 금지 원칙에 따라 올해 24기에서 2024년 26기로 정점을 찍은 후 2034년 17기로 줄어든다. 원전 설비 용량도 올해 기준 23.3GW에서 2034년 19.4GW로 축소된다.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2월 초 발전 사업 허가가 취소될 위기인 신한울 3·4호기는 계획상 전력 공급원에서 아예 제외됐다.
 
석탄발전은 2034년까지 가동 연한 30년이 도래하는 30기를 폐지한다. 이에 따라 석탄발전의 설비 용량은 올해 35.8GW에서 2034년 29GW로 감소한다.
발전원별 설비용량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발전원별 설비용량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석탄 원전 줄이고 LNG 신재생 확 늘려 

원전과 석탄의 빈자리는 LNG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채운다. 폐기하는 석탄발전 설비 중 24기는 LNG 발전으로 돌린다. LNG 발전의 설비용량은 올해 41.3GW에서 2034년 59.1GW로 늘어나고, 같은 기간 신재생 설비용량은 20.1GW에서 77.8GW로 증가한다. 
 
계획대로 실행할 경우 한국 전기 생산의 주력 원료가 달라진다. 올해는 LNG, 석탄, 원전, 신재생 순이다. 2034년에는 신재생, LNG, 석탄, 원전 순으로 바뀐다. 
탈원전 정책 여파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탈원전 정책 여파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034년 최대 전력수요는 102.5GW로 예상했다. 최대 전력수요가 연평균 1%씩 증가한다는 전망에 따라서다. 워킹그룹 초안과 비교하면 2034년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가 1.7GW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반영했다.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태양광 등을 늘리면서 비용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게다가 비용이 가장 싼 원전을 구매 단가가 비싸고 전량 수입해야 하는 LNG와 태양광 등으로 대체하는 데 따른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과 전력 수급 불안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1kWh당 발전원별 구매단가는 원전(58.4원)이 가장 싸다. 신재생은 93.73원, LNG는 119.13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탈원전 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2017년 대비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25.8%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계획을 반영하면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용은 많이 들고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광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이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아무 대책도 없이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 늘린다는 선언만 하고 있다”며 “발전 구매 단가가 가장 싼 원전을 더 비싸고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LNG로 대체하면 당연히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고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탄소중립 비전과 탈원전은 앞뒤 안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문을 생방송으로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문을 생방송으로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탄소 배출을 2050년에 ‘0’으로 만들겠다면서 원전을 배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2050 탄소중립 비전’을 공식 선언했다. 그런데 원전은 빠르게 축소하고 대신 화석연료를 태워 탄소가 많이 생기는 LNG 발전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이 탄소 중립 정책을 펴면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반해 한국은 무작정 탈원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라며 “원전을 없애면서 탄소 중립을 하려면 결국 전기요금 폭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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