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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계열 분리 앞둔 LG, 미 행동주의 펀드 타깃된 이유

중앙일보 2020.12.15 17:00
LG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모습. [연합뉴스]

LG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모습. [연합뉴스]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 지배구조로 평판이 나 있는 LG가 소액주주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다."

 
15일 미국 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화이트박스)가 ㈜LG 이사회에 보낸 공개서한 중 일부다. 화이트박스는 이날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LG에 보낸 서한을 대중에도 공개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LG신설지주(가칭)를 출범하려 했던 구본준 고문의 계획에 반대하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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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배당확대 등 기대한 공격  

LG 내부에선 화이트박스가 '계열분리 반대'보다는 자사주 매입이나 특별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화이트박스는 공개서한에서 "이번 분사로 ㈜LG가 보유한 현금 자산(1조8000억원) 중 9%가 빠져나가게 된다. 3년 전 100달러를 투자해 ㈜LG 주식을 샀다면 지금 그 주식의 가치는 88달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실 화이트박스가 보유한 ㈜LG 지분이 0.6%에 그친 반면, 구광모 대표를 비롯한 구씨 일가의 지분율은 46.6%다. ㈜LG의 주총 안건 통과 요건(출석주식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에 비춰볼 때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화이트박스가 6개월 이상 ㈜LG 지분 0.5%를 보유했다면 LG전자·LG화학 등 자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다중대표 소송제가 통과됨에 따라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진을 고소하는 일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0.5% 이상 보유, LG전자 이사진 상대 소송 가능 

55억 달러(약 6조원)를 운용하는 화이트박스의 대표는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다. 재계에선 화이트박스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서한을 공개한 이유도 왁슬리 대표가 엘리엇 시절부터 쌓아놓은 유대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 2018년 현대차에도 언론 메시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화이트박스가 엘리엇처럼 예상 밖의 금융 기법을 동원해 LG 지분을 늘릴 수도 있다. 5년 전 엘리엇은 외국계 증권회사를 이용한 총수입스왑거래(TRS)로 공시 없이 삼성물산 지분을 7.1%까지 매입했다. TRS는 투자자가 증권회사에 주식을 대신 사 달라고 주문하면서, 매매 손익은 본인이 갖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 공시의무는 증권회사의 몫이 돼 투자자는 '5% 룰'(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했을 경우, 공시해야 하는 의무)에서 제외된다. 
 

화이트박스 대표는 삼성 공격한 엘리엇 출신  

당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엘리엇은 TRS를 체결한 증권업체로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시간 차를 두고 사들였다. 금감원은 이를 일종의 파킹거래로 판단, 엘리엇을 고발했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날 LG는 "이번 분사로 전자·화학·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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