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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말한 ‘기적같은 선방’…코로나 속 수출 일등공신은 반도체

중앙일보 2020.12.15 16: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 국면에서 수출이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열린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무엇보다 빠른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수출”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따르면 올해 1월 1일~11월 25일 반도체 수출액은 총 수출액의 19.4%를 차지한다. 문 대통령이 종종 언급하는 ‘(경제 분야에서의) 기적 같은 선방’의 주역이 반도체인 셈이다.  
 
수출 중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그중에서도 반도체 분야의 수출 실적이 좋았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은 165억6000만 달러, 수입액은 103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는 61억8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8% 증가한 수치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평균 수출액 역시 7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8.3% 증가했다.    
 

시스템 반도체, 96년 이후 역대 최고 수출액 기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세계 최초 EUV(극자외선) 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 칩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세계 최초 EUV(극자외선) 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 칩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중 반도체 품목이 수출 호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11월 반도체 수출은 86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달보다 16.1% 증가했다. 규모가 큰 메모리 분야(51억9000만 달러, 7.3%)도 실적이 좋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전반적인 수요가 늘면서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다. 11월 한 달간 29억8000만 달러치를 수출하며 전년 동월 대비 39.2%나 상승했다.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품목의 수출 실적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디스플레이 수출 호조는 액정표시장치(LCD)의 단가가 올라가고, 모바일 수요 증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부분품 수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휴대폰 분야 수출 역시 12억8000만 달러(24.9% 증가)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완제품이 4억2000만 달러로 20.9% 늘었고, 부분품이 8억6000만 달러로 26.9% 늘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등 미국 연말 특수 영향으로 완제품 수출이 늘었을 뿐 아니라, 애플의 신제품 출시로 부분품 수출도 동반 상승한 결과다.  
 

미국·EU엔 수출 늘고, 일본엔 13.8% 급감 

나노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이 15일12인치 반도체 패턴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나노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이 15일12인치 반도체 패턴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지역별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은 전년 같은 달보다 19.4%, EU는 24.9% 수출액이 늘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은 77억2000만 달러로 8.1% 증가했다. 이들 국가 모두 반도체와 휴대폰 품목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다만 일본은 수출액이 3억3000만 달러에 그치며 전년 동기대비 13.8%나 수출이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액과 디스플레이 수출액이 각각 9000만 달러, 1000만 달러에 그치며 전년 같은 달보다 수출액이 28.7%, 37.1%나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0년 수출입 평가 및 2021년 전망’에서 “내년 반도체 수출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수요 증가와 5G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힘입어 5.1% 증가한 1000억 달러 고지에 올라설 전망”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이 견조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전 세계 파운드리 공급 부족으로 국내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수출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반도체의 수출 실적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좋다 보니 다른 국내 기업의 영업 이익 부진 등이 보이지 않는 ‘착시 현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에 대한 수출 편중도가 높은 만큼 반도체 수출이 줄거나 가격이 내려갈 경우를 대비해 장기적으로 다른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경제학) 명예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현재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효과는 6개월에서 1년이란 시차를 두고 전반적인 수출 부진으로 나타나는 만큼 환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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