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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불출마, 박영선 오리무중…꼬여가는 민주당의 보궐선거 변수

중앙일보 2020.12.15 09:00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13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밝히며 "저는 부산 시민들과 더 많이 소통하면서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13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밝히며 "저는 부산 시민들과 더 많이 소통하면서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은 고민 끝에 저는 내년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김해영 전 의원이 지난 13일 심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부산시장 보궐선거 불출마의 변(辯)’ 한 구절이다. 김 전 의원은 “정치적 득실보다는 부산의 부활을 위한 비전에 대하여 분명한 확신이 들었을 때, 그때 비로소 도전하는 것이 부산시민들에 대한 예의”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선 “정치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이유로 출마해선 안 된다는 게 평소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불출마 소식은 이르면 15일 경선룰을 확정하며 선거모드로 전환할 계획이던 민주당엔 악재였다. 선거기획단은 ‘후보공고(이달말)→후보등록(1월초)→공천심사(1월중순)→경선(2월초)’ 등 잠정 일정도 세운 상태였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 불출마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경선 첫발도 떼기 전 주자 한명이 그만둔 건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해영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해영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선수들 숨 고르기 언제까지

다른 이슈를 집어삼키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장기전 양상에 돌입하는 상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맞물리면서 서울·부산 시장 잠재 후보들의 움직임은 더 둔해진 모양새다. 부산시장 후보 구도는 김 전 의원의 불출마로 김이 빠지기도 했지만, 잠재주자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의 고민이 길어지는 게 분위기를 가라앉게 하는 큰 원인이다. 박형준·이언주·이진복·박민식·유재중 전 의원과 서병수 의원 등의 물밑 각축전이 활발한 국민의힘의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룬다. 
 
김 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해 국회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출마 시기와 여부 모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최지은 민주당 국제대변인 등 잠재 후보군의 움직임도 덩달아 둔해지는 상황이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포기했고,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출마하지 않았다. 임현동 기자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포기했고,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출마하지 않았다. 임현동 기자

조용한 분위기가 무경선 입후보를 원하는 김 총장과 경선을 요구하는 다른 주자 간의 입장차가 빚어낸 소리 없는 싸움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 “언택트 경선이 불가피해 경선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각종 조사에서 당내 1위로 나오는 김 사무총장이 압도적 격차를 보이지 못한다는 게 딜레마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이 지난 13일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분위기도 아직 잠잠한 편이다. 지난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어려운 시대에 과연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인도해 주십사 기도하고 있다”고 한 박영선 중기벤처부장관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아서다. 다크호스로 불리던 박주민 의원 역시 이달 초 주변에 “사회적참사특별법이 통과되면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답은 없다고 한다. 사회적참사법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코로나·성추문·부동산’ 해법은 조직?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분위기 침체의 원인을 “낙선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보궐선거 자체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으로 치러지는 데다 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오르내리면서 ‘K방역’도 더는 민주당의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당정이 공언해 온 ‘1월 치료제·3월 백신’ 계획은 변수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에 불을 지르는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임대주택 관련 발언의 여진은 이날도 계속됐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왼쪽)은 여권 주자 중 가장 먼저인 13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유력후보로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후임자 물색과 개각 작업이 이뤄져야 출마선언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2018년 서울시장 민주당 경선 당시. 중앙포토

우상호 민주당 의원(왼쪽)은 여권 주자 중 가장 먼저인 13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유력후보로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후임자 물색과 개각 작업이 이뤄져야 출마선언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2018년 서울시장 민주당 경선 당시. 중앙포토

그럼에도 민주당이 희망을 거는 건 풀뿌리 선거 조직이 야권보다 훨씬 탄탄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 압승으로 얻은 자산이 여전히 큰 힘이란 평가다. 현재 서울시의원 109명 중 101명(93%), 부산시의원 47명 중 40명(85%)이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조직표로 23~27%를 얻고, 중도층까지 지지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당의 관계자도 “지난 총선 때도 의석은 줄었지만 민주당의 득표율은 올랐다”며 “바닥부터 다진 지지기반이 쉽게 붕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단 소속 한 의원은 “여건은 좋지 않지만 조직 기반이 탄탄해 정책 대결, 인물 대결이 본격화되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민주당의 이같은 희망이 터무니없진 않다는 평가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정권 견제심리가 강해 여당에 유리하지는 않은 환경”이라며 “다만 야당도 뚜렷한 후보가 없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서울·부산 시장 선거 같은 대형 선거의 승패가 조직력에서 갈리진 않는다”면서도 “정책과 예산 등 여권이 구사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은 만큼 반전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하준호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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