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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간호사, 환자 27명 잃은 의사…美 백신접종 1호 얼굴들

중앙일보 2020.12.15 07:38
미국 뉴욕주의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샌드라 린지는 14일 미국 내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뉴욕주의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샌드라 린지는 14일 미국 내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뉴욕주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흑인 여성 간호사가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14일 각 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뉴욕 흑인 여성 간호사 미국서 첫 접종
고령자 우선한 영국과 달리 의료진 1순위
2차 대전 참전용사인 96세 여성도 접종

 
뉴욕시 퀸스에 있는 '노스웰 롱아일랜드 쥬이시 병원' 소속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제외하고 백신을 맞은 첫 사례라고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린지는 이날 오전 9시 23분 백신 주사를 맞은 뒤 언론 인터뷰에서 "희망과 안도를 느낀다. 그동안 매우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끝내는 일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치유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1분 뒤인 오전 9시 24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첫 백신이 투약됐다. 미국과 세계에 축하를!"이라고 썼다.
 
뉴욕주는 린지가 백신을 맞는 장면은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를 지켜본 뒤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린지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대중에게 심어주고 싶다"면서 "터널 끝에 빛이 보이지만,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도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지는 올해 초 뉴욕에서 입원 환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목숨을 걸고 환자를 돌봐온 간호사다. 이 병원은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10만 명을 치료했다고 WP는 전했다. 한때 3500명의 환자가 입원하기도 했다.
 
고령자를 첫 접종자로 택한 영국과 달리 미국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접종을 시작했다. 연방 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의료진 다음으로 장기요양시설 거주 고령자와 직원 등 순으로 접종을 권고했지만, 최종 권한은 각 주지사에게 있다.  
 
현지 언론은 흑인 등 유색인종의 코로나19 피해가 백인보다 심각했고, 흑인들의 백신에 대한 불신이 더 깊은 현실을 고려해 흑인 여성인 린지가 미국 내 첫 백신 접종자로 선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측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이송 요원, 청소원, 경비원 등 병원 내 '최일선'이라고 볼 수 있는 여러 직종 직원들에게 골고루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미 공영 방송 NPR이 보도했다.
 
경력 25년의 응급실 간호사인 바버라 나이스원더는 14일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병원에서 백신을 맞았다. 알렉스 에이자(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축하의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력 25년의 응급실 간호사인 바버라 나이스원더는 14일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병원에서 백신을 맞았다. 알렉스 에이자(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축하의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워싱턴DC를 비롯해 켄터키, 코네티컷, 아이오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도 첫 접종을 시행했다.
 
이날 오후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 병원에서는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 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접종 행사가 열렸다. 
 
이 병원에서 처음으로 백신을 접종한 25년 경력의 응급의학과 간호사 바버라 나이스웬더는 "응급실로 들어오는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모르는채로 진료한다"면서 "백신을 맞으니 이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켄터키주에서는 코로나19로 환자 27명을 잃은 의사를 포함해 5명이 첫 백신 접종자가 됐다. 의사 밸러리브리온스프라이어는 "오늘 내 27번째 환자를 잃었다"면서 "오늘 맞은 백신은 그의 가족들과앞서간26명의 환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 주뿐만 아니라연방 기관들도 백신을 연방정부로부터 할당받았다. 보훈처가 실시하는 접종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군인 출신인 96세 마거릿 클레센스가 첫 접종자가 됐다. 매사추세츠주의 한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그는 이날 오후 12시 7분께 백신을 맞았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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