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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증시서 토끼와 거북이가 내기 한다면

중앙일보 2020.12.15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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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미국 증시에선 토끼와 거북이 우화와 같은 투자 게임이 벌어졌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헤지 펀드 창립자 테드 세이즈 사이에 누가 10년 후 투자수익률이 나은지 겨루는 게임이었다. 투자 대상으로 버핏은 인덱스 펀드를, 세이즈는 5개의 헤지펀드를 골랐다.
 
인덱스 펀드는 개별 종목을 분석하지 않고, 종합지수에 포함된 종목 전체를 시가총액에 비례해 그냥 사버린다. 이 펀드의 핵심은 시장 평균 만큼의 수익률을 확실하게 얻는 데 있다. 이와 달리 헤지펀드는 막대한 비용과 우수한 인력을 투입해 시장보다 우수한 성과를 낼 종목을 발굴해 단기 매매를 위주로 한다. 당시 화려한 개인기의 헤지펀드가 인덱스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초기엔 헤지펀드가 앞서 나갔다. 투자게임이 벌어졌던 처음 1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라 버핏은 마이너스 37%, 세이즈 마이너스 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버핏의 인덱스 펀드는 그 후 몇 년 동안 꾸준히 좋은 실적을 보이며, 내기 5년 차에 접어들자 드디어 헤지펀드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결국 2017년 12월 말까지 인덱스 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올렸다. 세이즈의 헤지펀드는 연평균 2.2%였다. 10년간 세기의 투자 게임은 버핏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내기에서 버핏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보나 자금력에서 전문 투자자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개인은 장기투자로 승부하라는 것. 사실 버핏은 대표적인 장기 투자자다. 그가 권하는 주식 보유 기간은 10년 이상이다. 그는 “10년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말했다.
 
요즘 국내 증시에서 개인의 참여가 유례없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활황 국면에서 개인은 단타 위주로 기대수익률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원금손실의 위험이 커진다. 위험은 시간 앞에선 그 맹렬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게 돼 있다.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 바로 장기 투자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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