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허리 협착증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맹연숙(64)씨. 김민욱 기자
병원 전체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
병상 비워야 하지만 큰 불만 없어
의료진 “코로나 환자 치료는 사명”
직원들 “누군가는 어차피 해야할 일”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병실을 내준 조길자(69)씨는 “좋은 일 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욱 기자
박애병원은 하루 종일 분주했다. 현재 입원 중인 100여 명의 환자를 15일까지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시켜야 한다. 환자를 받아줄 데를 수소문해 일일이 동의를 구했다.
박애병원은 16일 시설 개선 공사에 들어간다. 30일까지 병실을 개조해 코로나19 치료병상을 80개(중환자용 병상 15개 포함)가량 만든다. 이를 통해 중증 환자, 투석이 필요한 신장 장애 코로나19 환자,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가 어려운 중등도 환자 등을 돌보게 된다.

김선희 지원본부장(왼쪽)과 권미정 수간호사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박애병원의 코로나19 전담병원 전환은 순식간에 결정이 났다.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을 만큼 상황이 급박하다. 직원들은 지난 12일 전담병원 지정 후에야 알았다. 김병근 박애병원 원장이 단체채팅방에 관련 소식을 올리면서다. 이후 환자들에게 “병실을 내줘야 한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할 법한 상황이지만 대부분 흔쾌히 받아들인다. 충남 천안에 사는 맹연숙(64)씨는 지난 9일 허리 협착증 수술을 받으려고 입원했다. 맹씨는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해 병실을 비워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당황했다”면서도 “환자가 많이 발생해 (전원 요구를)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다. 서로서로 도와야 코로나가 사라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달 가까이 입원 중인 조길자(69)씨도 “불안은 하지만 (박애병원이) 좋은 일을 하는 데 다 협조해야 한다”며 “(그래야) 빨리빨리 좋은 날이 올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30%의 환자가 전원하거나 퇴원했다.
마스크 너머 직원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날 의료진은 다른 병원에 가서 코로나19 환자 치료 기술을 배우고 왔다. 경력 20년의 이혜영 간호팀장은 “병상이 없어 환자가 경기도에서 수백㎞ 떨어진 목포까지 이송됐다고 한다. 거점 전담병원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라며 “오히려 주위에서 걱정들을 많이 해줘서 위안이 된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간호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미정 수간호사도 “(물론) 두려움도 있었지만, 전시와 같은 코로나19 상황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엄마 멋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선희 지원본부장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평택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주요 피해 지역이었고 힘들게 극복했다. 이번에도 평택이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다.
평택=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