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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에도 몰랐다···'아들 낳는 약'먹고 출산한 아이의 반전

중앙일보 2020.12.14 13:26

"또 딸이네요. 작년에 딸아이를 낳았는데, 이번에 또 여자아이를 임신했어요. 저는 제 가족의 꿈인 아들을 낳기 위해 转胎药(좐타이야오)을 먹었습니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아들 낳는 약'. 가격은 300~2000위안(약 5만 4000원~36만 원)에 이른다.ⓒ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아들 낳는 약'. 가격은 300~2000위안(약 5만 4000원~36만 원)에 이른다.ⓒ홈페이지 캡처

转胎药(좐타이야오), 일명 '아들 낳는 약'이다. 해당 약을 복용하면 임신부 배 속의 태아의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불법 유통되었던 해당 약에 대한 미신은 2020년에도 여전히 등장했다.
 
허난(河南) 성의 임신 5개월 차 여성이 시어머니의 강요 하에 해당 약을 복용했다. 아들을 출산하는데 성공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검사 결과 아이가 여성임을 발견했다. 아이의 음핵이 변형되고 커져 남성 생식기처럼 보였던 것이다.  
 
당연히 해당 약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을뿐더러 실제 효과도 없다. 염색체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바이두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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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은 '메틸 테스토스테론' 성분으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동일하다. 임상적으로 남성호르몬 결핍증의 치료에 이용되어 남성호르몬의 분비 능력을 증가시키는 약이다.  
 
여성이 해당 성분을 복용할 경우 수염 성장, 목소리 변화, 생리 불순, 음핵 확대 등 수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배아 단계에서 다량의 메틸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면 태아의 음핵이 변형되고 비대해져 남성 성기처럼 보이게 된다. 
 
아이와 산모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의학계에서는 여성에게 권장되지 않는 약물이라고 고시할 정도다.  
 

'아들 낳는 약', 그 뒤에 숨겨진 변형된 욕망  

일부 임신부는 약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증명되지 않은 만연한 '성공 사례'에 휘둘리고 만다. 실제로 임신부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카페에는 약을 먹고 아들을 낳은 후기부터 아들 낳는 수 백가지 방법에 대한 글이 가득하다.  
 딸, 아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아들을 낳는 비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어플 캡처

딸, 아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아들을 낳는 비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어플 캡처

딸을 낳은 후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시어머니는 매일 울었다며  자신을 탓하는 글과 아들을 낳기 위해 벌써 세 명의 아이를 출산했다는 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전히 존재하는 중국의 남아 선호 사상

1980년대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면서 성비가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1990년 출생 여아 100명 당 남아의 수는 111.3명, 2004년엔 121.18명까지 높아졌다.
 
2014년엔 여야 100명당 남아 116명이 출생했다. 정상적인 출생 성비는 103~107명 기준이다. 중국 정부는 성비를 115대 100으로 낮춘다는 계획으로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다.
ⓒ바이두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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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녀 정책이 폐지된 지금은 어떨까. 지난 2010년 실시된 제6차인구조사에 따르면 남자 아기가 여자 아기보다 거의 3200만 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2019년 기준 중국의 0~4세 아동의 성비는 113.62로 나타났다.
 
중국의 남아선호사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예로부터 농경사회가 유지되었던 중국에선 물리적 힘이 필요해 아들을 선호했고,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가부장적 사고방식도 이에 한몫했다.  
 
현대사회에 들어 부모가 자녀의 결혼 후 자식에게 받는 재정 지원이 자녀의 성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부모가 아들을 더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가장 큰 희생자는 아이들  

약에 노출된 후 출생힌 아이는 생존하더라도 다양한 기형에 직면할 수 있다. 평생을 남자아이로 자라왔던 아이가 유방이 발달하고 월경을 시작한다. 이마저도 정상적으로 배출할 수 없어 요혈 등의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들은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아야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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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신적 상처는 평생 치유되지 못한다. 사회적 성별과 육체적 성별의 불일치에 직면하여 사회적, 심리적 압박과 갈등을 갖게 된다.  
?胎丸的危害 (좐타이완의 위험)에 대해 토론하는 누리꾼들. ⓒ홈페이지 캡처

?胎丸的危害 (좐타이완의 위험)에 대해 토론하는 누리꾼들. ⓒ홈페이지 캡처

한편 중국 웨이보에서는 #转胎丸的危害 (좐타이완의 위험)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이다. 해당 해시태그를 달며 약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토론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차이나랩=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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