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셔터스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이런 분위기를 한 번에 바꿨다. 각종 이동 제한 조치로 강제 재택근무에 불이 붙었는데,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상당수는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택근무가 일반적인 근무 형태로 자리 잡으면 정말 생산성은 높아지는지, 근로자 삶의 질이 개선되는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궁금한 대목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13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란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각국 기업에서 재택근무가 큰 폭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가 대규모 확산 조짐을 보이던 4~5월 전체 근로자의 약 절반 정도가 집에서 일했다. 한국도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 근무 참여율이 지난해 10.8%에서 올해 14.2%로 상승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재택근무는 이전에도 늘어나는 흐름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급격히 늘었다”며 “소비에서 온라인 쇼핑이, 기업 활동에서 원격회의가 늘어난 것처럼 재택근무 역시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돼도 재택근무 확산 계속
한은은 재택근무가 반드시 생산성 향상과 연결되는 건 아니라고 봤다. 통근시간을 줄이고, 업무 집중력이 좋아지는 건 생산성 제고 요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용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근무 태만을 초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직원 관리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구성원 간 대면 상호작용이 줄어 지식이 잘 전수되지 않고, 창의성 발현이 어려워지는 것도 생산성 저하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평균 출퇴근 시간이 길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발달한 나라의 경우 생산성 제고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의 삶의 질 향상 여부 또한 양면이 존재한다. 통근시간 절감, 유연한 업무 환경 등은 장점이지만 주거지와 근무지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실제 노동시간이 도리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재택근무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려면 가정 내 근무·주거 공간이 잘 분리되고, 돌봄 서비스와 학교의 정상화가 필수적이란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국은행
하지만 한은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집적경제 효과, 소속감 유지 등을 위해 대도시 내 상업용 건물을 당장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직장·주거 근접 필요성이 줄어 주거비가 저렴한 지역으로의 이주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도시 거주의 주된 요인이 자녀 교육이나 생활 인프라인 만큼 이주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업무 범위를 점차 넓히면서 최적 재택근무 조합을 찾아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근무시간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도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