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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벌게 해줄게”…10대 학생 셋중 하나 “낯선 대화 요구 받아봤다”

중앙일보 2020.12.13 12:33
10대 학생 3명 중 1명이 온라인상 낯선 사람에게서 쪽지를 받거나, 대화 요구를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미성년자의 성범죄 노출 위험도 커지면서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아동 청소년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36%의 학생이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낯선 사람의 쪽지나 대화 요구를 받아본 것으로 조사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사단법인 '내일'이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이뤄졌다. 12~19세 학생 1607명이 참여했으며 조사는 지난 10월부터 한 달간 이뤄졌다.
 
성범죄 일러스트. [연합뉴스]

성범죄 일러스트. [연합뉴스]

'나이, 핸드폰 번호 알려달라' 요구해와

온라인으로 접근한 낯선 이들은 대부분 또래였다. 상대방의 나이는 14~16세(45%)가 가장 많았다. 17~19세(43%)는 그 다음을 차지했다. 낯선 이의 대화에선 “나이, 핸드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려달라”(23%)는 요구가 가장 많았고, “쉽게 용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10%)는 제안도 많았다. 낯선 이들에게 대화 요구를 받은 아이들 가운데 실제 개인정보를 알려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4%에 달했다.
 
낯선 이들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주거나 사진을 보낸 이후 '칭찬하거나 친절하게 대해줬다'는 응답은 29%였다. 또 '현금이나 용돈을 주겠다'(15%), '문화상품권·게임머니·게임아이템을 주겠다'(10%)고 한 경우도 상당했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이후 피해' 5%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대답은 5%에 달했다. 가장 많은 응답은 'SNS나 가족, 친구에게 나쁜 점을 알리겠다'는 협박으로 56%에 달했다. '신체를 촬영한 사진이나 성적인 행동을 하는 동영상을 보내라'는 협박은 17%에 달했다. 피해 학생 가운데 6%가 이런 협박에 못 이겨 실제로 사진이나 영상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나는 인터넷 이용시간

서울시가 조사한 아동 청소년 성범죄 피해 실태 조사 결과. [자뇨 서울시]

서울시가 조사한 아동 청소년 성범죄 피해 실태 조사 결과. [자뇨 서울시]

서울시는 청소년들의 인터넷 이용 시간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그루밍'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온라인 학습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2~5시간(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었다는 응답도 59%에 달했다. 
 
서울시는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 62%가 아동·청소년(40명)이고 피의자 역시 10대가 73%(1029명)로 가장 많았다는 점을 들어 온라인 그루밍 양상을 우려했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추진하기로 했다. 개인 정보 제공의 위험성과 온라인 그루밍 예방에 주안점을 둔 교육을 강화해 코로나19로 높아진 디지털 성폭력 위험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까지 많아지면서 디지털 범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실정”이라며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확실한 예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14일 서울시 유튜브를 통해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대응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중국 등 5개국 기업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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