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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죽은 아내 유골 사라졌다…中 기막힌 '영혼 결혼식'

중앙일보 2020.12.13 09:39
12년 전 사망한 아내의 묘가 파헤쳐지고 유골이 사라졌다. 범인을 잡고 보니 놀랍게도 아내의 부모였다. 더 놀라운 건 사라진 아내의 유골은 다른 망자(亡者)와 부부의 연을 맺어주기 위해 팔렸다. 이른바 명혼(冥婚)으로,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베이징 240km 떨어진 허베이성 황예시
무덤 훼손, 유골과 부장품 사라져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죽은 이의 부모
놀라운 건 유골과 금붙이 등 가져간 이유
망자끼리 연 맺는 명혼(冥婚) 의식 치러

중국에선 2000여 년 전 한대(漢代)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망자 간 부부의 연을 맺어주는 명혼(冥婚)의 풍습이 아직도 존재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에선 2000여 년 전 한대(漢代)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망자 간 부부의 연을 맺어주는 명혼(冥婚)의 풍습이 아직도 존재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사건이 발생한 건 음력 10월 초하루인 지난 11월 15일 밤 12시께였다. 베이징에서 240km 정도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황예(黃燁)시에 사는 리칭펑(李淸風)의 아내로 12년 전에 사망한 캉페이페이(康菲菲)의 묘가 훼손된 것이다.
 
처음엔 도굴꾼의 소행으로 생각했다. 경찰에 신고했고 묘를 조사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아내의 시신과 함께 매장했던 부장품 삼금(三金)이 없어졌다. 삼금은 금목걸이, 금반지, 금귀걸이를 말한다.
 
한데 이상한 건 유골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관 속엔 대신 붉은 무가 들어 있었다. 리칭펑의 아버지 리웨이쥔(李偉軍)은 마음에 짚이는 게 있었다. 얼마 전 사망한 며느리의 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불과 240km 떨어진 허베이성 황예시에선 지난달 명혼을 위해 12년 전 사망한 여성의 묘가 파헤쳐져 유골이 도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불과 240km 떨어진 허베이성 황예시에선 지난달 명혼을 위해 12년 전 사망한 여성의 묘가 파헤쳐져 유골이 도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텅쉰망 캡처]

당초 캉페이페이의 묘는 리씨 집안의 조상 묘와 함께 있었는데 몇 달 전 조상 묘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캉의 묘는 이장하지 않아 홀로 덩그러니 남은 상황이 됐다. 며느리 부모는 항의성 전화를 한 것이었다.
 
사실 캉의 죽음은 정상적인 게 아니었다. 2008년 리씨 집안으로 시집온 캉은 결혼 반년도 안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캉이 몰래 전화를 한다며 남편 리칭펑은 캉의 외도를 의심했고 이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았다.
 
중국 허베이성 황예시에서 12년 전 사망한 여성의 묘를 파헤쳐 유골을 가져간 사람은 망자의 부모로 밝혀졌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중국 허베이성 황예시에서 12년 전 사망한 여성의 묘를 파헤쳐 유골을 가져간 사람은 망자의 부모로 밝혀졌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2008년 7월 29일 또 한차례의 부부 싸움이 있었고 분노해 집을 나선 캉은 여관에서 농약을 먹고 이승의 삶을 마감했다. 캉의 아버지 캉신정(康新正)과 어머니 하오구이화(郝桂花)는 딸이 그런 여자가 아니라며 원통해 했고 사돈과의 사이가 극도로 나빠졌다.
 
캉의 장례를 치르며 몇 번의 다툼이 있었다. 리씨 집안의 주장에 따르면 장례에 대한 캉씨 집안의 요구가 많아 ‘삼금’과 좋은 수의 등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대여섯 차례 커다란 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상의 묘를 이장하며 며느리 묘만 남긴 것이다. 리웨이쥔은 며느리의 아버지에게 아들 리칭펑이 죽으면 그때 두 사람의 묘를 함께 조상의 묘를 모신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지만, 캉씨 집안의 불만을 샀으리라 생각하고 이런 정황을 경찰에 알렸다.
 
중국 허베이성 황예시에서 12년 전 사망한 딸의 묘를 파헤쳐 유골을 가져간 사람은 그 부모로 딸을 다른 망자와 사후 세계에서 혼례를 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중국 허베이성 황예시에서 12년 전 사망한 딸의 묘를 파헤쳐 유골을 가져간 사람은 그 부모로 딸을 다른 망자와 사후 세계에서 혼례를 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리웨이쥔의 짐작대로 경찰 수사 결과 캉페이페이의 묘를 파헤치고 유골 및 삼금을 가져간 건 캉의 부모로 밝혀졌다. 캉의 부모는 딸의 유골을 이불에 싸 가져갔고 삼금 또한 딸의 또 다른 혼례를 위해 가져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혼례가 뭔가. 명계(冥界)에서의 혼인이라는 뜻에서 명혼(冥婚) 또는 음혼(陰婚)으로 불리는 죽은 사람끼리의 결혼을 위한 것이었다. 캉페이페이 부모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딸이 너무 불쌍하다고 여겨 사후에서나마 또 다른 짝을 찾아주기로 한 것이다.
 
30여세 때 교통사고로 숨진 류(劉)씨 집안의 아들과 캉페이페이의 명혼이 합의됐고 이에 합장을 위해 딸의 유골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다. 류씨 집안은 이미 예단을 위한 돈으로 8만 위안(약 1336만원)을 캉씨 집안에 보냈다.
 
중국에선 망자 간의 결혼을 중개하는 전문 중개인의 활동이 활발하다. 젊은 여성의 시신이 인기가 있어 10만 위안에서 20만 위안에 거래된다고 한다. [중국 텅쉰망 캡처]

중국에선 망자 간의 결혼을 중개하는 전문 중개인의 활동이 활발하다. 젊은 여성의 시신이 인기가 있어 10만 위안에서 20만 위안에 거래된다고 한다. [중국 텅쉰망 캡처]

이렇게 밝혀진 사실에 리씨 집안이 발끈한 건 불문가지다. 며느리 유골을 가져가 돈을 받고 팔았느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캉씨 집안은 이 돈은 혼례 절차를 위한 형식적인 것으로 명혼 의식이 끝나면 되돌려주기로 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캉씨 집안이 유골과 삼금을 가져간 건 불법이 아니다. 유골은 혈연관계의 부모가 가져간 것으로 도굴에 해당하지 않고 삼금의 소유권은 사자(死者)에게 있고 그 시신 관리권은 사자 집안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중국 사회는 베이징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서 2000여 년 전의 한대(漢代)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명혼 습속이 아직도 민간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
 
중국에선 죽은 사람끼리의 결혼을 뜻하는 ‘명혼(冥婚)’에 대한 수요가 생기자 시신을 공급하기 위해 고의로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중국에선 죽은 사람끼리의 결혼을 뜻하는 ‘명혼(冥婚)’에 대한 수요가 생기자 시신을 공급하기 위해 고의로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중국의 산시(山西)와 허베이, 허난(河南), 산시(陝西), 산둥(山東)의 농촌 등에선 아직도 명혼의 풍습이 남아있고 또 망자 간의 혼례를 중개하는 전문 중개상이 이 시장에서 인기인 젊은 여성 사망자 시신을 10만 위안에서 20만 위안에 거래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산시(陝西)성 이촨(宜川)의 저우(周) 일당은 시신을 전문적으로 도굴해 산시(山西)에 팔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명혼을 위해 젊은 여성을 살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2016년 4월 깐쑤(甘肅)성의 한 남성이 두 명의 여성을 살해한 동기가 명혼을 위해서였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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