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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현대차가 ‘中心(중국인 마음)’ 다시 잡으려면

중앙일보 2020.12.12 12:34
가장 크고 치열한 중국 전기차 시장… 하이브리드·수소차에 기회 요소도
현대자동차가 지난 11월 20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0 광저우 국제 모터쇼에서 보도 발표회를 진행하는 모습.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가 지난 11월 20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0 광저우 국제 모터쇼에서 보도 발표회를 진행하는 모습.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자동차에게 중국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정의선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2016년 사드 보복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시장에선 판매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을 해외시장의 양대 축으로 삼았지만 지금의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한 축을 잃은 채 질주하는 모양새다.

‘양적성장’ 버리고 ‘브랜드 전략’ 원점서 재시동 걸어야

 
정의선 회장 취임을 기점으로 현대차그룹은 이 ‘아픈 손가락’ 수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국 담당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 쇄신을 단행했고,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 나서고 있다. 미뤄왔던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도 내년으로 공언한 상황이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부활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이전만큼의 영향력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원점에서의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초 나란히 중국 시장에 진출해 약 15년간 엄청난 성장을 일궈왔다. 기아차는 2001년 위에 다자동차·둥펑자동차와, 현대차는 2002년 베이징자동차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자동차 산업이 막 시작되던 중국에서 일본·유럽·미국 브랜드 차보다 낮은 가격의 포지셔닝을 통해 큰 성장을 이뤄냈다. 경쟁 글로벌 기업보다 늦게 뛰어들었지만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중국 시장 부진 ‘사드 탓’만은 아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다른 자동차업체들이 모두 생산 능력을 줄인 반면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오히려 생산능력을 확충하며 2010년 양사 합산 중국 공장 100만대 생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현대차의 중국 성장은 끝이 났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로 인한 중국 내 반한감정이 극대화되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사드 사태 이후 4년이 넘게 지났지만 중국내 판매는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중국 판매는 각각 66만대, 28만대로 2016년(114만대, 65만대)대비 반토막 났다. NH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에 달했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4.8%, 올해(1~8월) 4.0% 수준에 그친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현대·기아차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현대·기아차는 성공적인 모델 쇄신과 브랜드관리 전략을 통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점유율 확대를 이뤄냈고,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2010년 초·중반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중국 시장이라는 ‘빈자리’가 컸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다시 중국시장에서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최근 중국 시장을 향한 현대차의 움직임이 그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최근 열린 제3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서 자동차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전시관을 열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수소전기차와 내년 출범할 전기차 브랜드를 소개한 한편, 수년간 진출 시기만을 조율해왔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국내영업본부장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이광국 당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중국사업총괄에 임명했고, 폭스바겐의 중국 지역 R&D를 총괄했던 스벤 파투쉬카 소장을 중국기술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최근엔 폭스바겐 출신의 중국 영업통 샹동핑 영업총괄 부총경리(상무)를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대내외적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자동차산업 전문가이자 산업연구원에서 중국산업연구부장을 지낸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자동차 시장은 3000만대 규모까지 예측되는 전 세계 가장 큰 시장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이 시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현대·기아차가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분석은 ‘현대차의 중국 시장 부진’이 사드갈등만의 이유는 아니라는 데서 시작한다. 이는 현대차 외부 전문가만의 시각이 아니다. 기아자동차에서 2017년까지 해외마케팅실장, 아중동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한 이순남 전 전무도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가 고전하는 이유 중 사드 보복으로 인한 요인은 크게 봐도 30~40% 정도”라며 “내부적으로 확장·팽창에 집중한 나머지 브랜드 전략과 상품 전략에서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고 분석했다. 이 전 전무는 은퇴 후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시장에 투입할 상품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공장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상품 전략이 흔들렸고, 이런 사이에 중국 로컬업체들은 품질이 향상된 차를 현대·기아차의 70~80% 가격 수준에 공급하고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공장 가동을 위해 판촉비 확대 등 저가정책에 나섰는데 이에 따라 브랜드 가치까지 떨어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무너진 브랜드가치 회복엔 시간 필요

결국 이렇게 떨어진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부활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 위원은 “결국 중국 로컬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중국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생긴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전무는 “현대·기아차 중국 사업의 구조조정은 책임자만 바꾸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각에서 브랜드전략부터 영업전략까지 완전하게 새로 수립하지 않는다면 시간과 돈 낭비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전기차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에서 미래자동차의 핵심인 ‘전기차’ 분야는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는 “중국 시장은 전기차 분야에서 모든 글로벌 완성차는 물론 테슬라와 니오(NIO) 등 ‘완전 전기차’ 업체들이 가장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며 “현대차 역시 전기차 분야에 사활을 걸고 뛰어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승리를 보장하긴 어렵다”고 봤다.
 
중국시장에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은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중국의 환경규제 변화에서 틈새시장에 주목하는 전략이다.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중국자동차공정학회는 ‘신에너지 자동차 로드맵 2.0’을 통해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EV·수소차 중심으로 산업을 개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 비중을 2025년 20%, 2030년 40%, 2035년 5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기초로 한다. 이 계획은 자동차의 전동화를 촉진하기 위한데 방점이 찍혔지만 오히려 내연기관이 포함된 ‘하이브리드’에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단 게 조 위원의 분석이다. 중국은 완전 내연기관차를 2035년 퇴출한다는 목표로 나머지 절반의 차량을 하이브리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하이브리드 기술은 도요타가 많이 앞서있지만 현대차가 우위에 있는 부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소차 분야에서도 기회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정부 및 지방정부와 시범사업 형태로 다양한 수소차 협업에 나서고 있다. 조 위원은 “당장엔 돈이 안 되더라도, 수소 분야에서의 활약을 통해 현대차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센카쿠분쟁 여파 조기 극복한 일본차

2012년 센가쿠 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 시장에서 사드 당시 현대·기아차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던 일본차 브랜드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이 전 전무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이 빠르게 부활할 수 있었던 핵심도 ‘하이브리드’다. 일본차들은 뛰어난 연비를 기반으로 중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이 되며 자연스레 판매를 회복한 측면이 있었다.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로컬차를 포함해 200여 모델이 보조금 대상이었지만 규제가 점차 강화돼 2013년이 되자 많은 차종이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했고, 하이브리드 등 높은 효율을 가진 일본차로 구매가 몰리는 현상이 있었던 것. 일본차 브랜드는 보조금 대상이 되는 중국 전용차를 확대해 이런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말 도요타는 기술유출 우려에 주저하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의 중국 현지 생산에 나섰다. 이 결정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였다. 이 전 전무는 “현대차는 기술 유출 우려에 주춤하다가 하이브리드를 하나의 배리에이션 개념으로 만들어버렸다”며 “도요타처럼 하이브리드 특허를 공개하고 관련부품들을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게 판매 할 수 있는 체제를 조기 구축하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를 리셋하여 출발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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