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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중 혁신학교, 주민 반대에 무산…교육청 "집단행동 유감"

중앙일보 2020.12.11 11:09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게시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철회 촉구 현수막.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게시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철회 촉구 현수막.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혁신학교 전환 결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일부 주민들의 압력에 유감을 표시했다.
 
11일 서울시교육청은 입장문을 통해 "경원중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청하면,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관련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경원중 운영위가 지정 철회를 요청하기로 했기 때문에 경원중 혁신학교 운영은 사실상 취소됐다.
 
최근 2년 동안 마을결합형 중점학교로 운영돼 온 경원중은 지난 8월 24일부터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혁신학교 전환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열흘 동안 학교 e알리미로 진행된 투표에서 학부모 981명 중 710명이 참여해 69.7%(495명)가 최종 동의했다. 교사는 80%가 전환에 동의했다.
 

지정 뒤 주민 반대 이어져…학교 앞 대규모 집회

지난 7일 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경원중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혁신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경원중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혁신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표 결과에 따라 지난 10월 경원중은 혁신학교 운영이 확정됐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들은 'OOO(경원중 학교장),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 '내로남불 졸속행정'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30여개를 설치하며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서초지역 맘카페와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참여가 이뤄져 1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에 대한 전화 민원도 빗발쳤다.
 
이들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초지역 맘카페의 한 이용자는 "혁신학교 지정 간담회나 설명회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학부모들은 진행하는 줄 몰랐다"며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학부모 의견 수렴 공지에서는 '마을결합 중점학교'와 '마을결합 혁신학교'가 다를 바 없다는 거짓 정보를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에는 경원중 앞에서 주민 200명이 모여 학교장 면담을 요구해 자정 무렵까지 대치가 이어졌다. 이를 두고 서울교사노조는 경원중 교사들이 주민들에게 불법 감금당했다며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반면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면담을 약속한 학교장이 나오지 않아 기다렸을 뿐이라며 '셀프 감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경원중 "교직원·학교 대상 불미스러운 일 유감"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걸린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 현수막. 염태정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걸린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 현수막. 염태정 기자

혁신학교 지정은 철회됐지만,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일부 주민의 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일부 주민들은 학교장 등 학교 관계자의 실명과 집 주소, 전화번호 등을 공유했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 7일 집회 때 교사가 고의로 학부모를 차로 쳤다고 주장했지만, 관할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경원중 인근에서 해당 사건이 접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입장문에서 "지난 7일 밤에 있었던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은 매우 우려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학교 구성원들이 위협과 불안을 느낄 정도의 단체행동을 한 것은 그 자체로서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는 비교육적 행위"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결정한 경원중 운영위는 입장문을 내고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면서도 "교직원과 운영위 위원, 학부모회 임원을 대상으로 벌어진 여러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유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철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혁신학교 지정을 취소할 것"이라며 "이후 학교에 대한 부당한 압박 등이 이뤄져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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