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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방어권 없애놓고 “노조법 균형”···민망한 정부 자화자찬

중앙일보 2020.12.11 06:00 경제 2면 지면보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국회 통과에 따른 브리핑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국회 통과에 따른 브리핑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개정 노조법 등에 대해 "노사 양측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데 이 말은 개정안을 국회에 내던 6월에도 했다.
 
노조법 개정안을 낼 때와 법이 통과된 지금,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같다. 한데 여기저기서 "그런 자평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부가 개정안을 낼 당시 "경영계에 방어권을 줬다"고 내세웠던 조항이 모조리 삭제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박화진 고용부 차관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열리던 8일 국회로 출근해 진두지휘하며 자진해서 없앴다. 생산시설 점거 금지, 비종사 조합원 출입 제한 등 하나같이 노동계가 반발한 사안이다. 대체근로 허용이나 사용자에게만 적용하는 부당노동행위 선진화와 같은 것에는 아예 귀를 닫았다. 이 정도면 '균형'이란 말을 쓰기에 민망할 정도다.
 
이런 사안에 대한 고용부의 해명은 일관성이 있었을까. 그때그때 다르다. 끼워 맞추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쟁점별로 고용부의 주장을 뜯어 본다.
 
◇대체근로…입맛 맞는 사례로 포장, 알고 보면 자승자박
 
노조법 개정을 놓고 노사 간 논의가 진행될 때부터 대체근로 허용 여부는 뜨거운 감자였다. 경영계의 요구에 노동계가 강력 반발했다.
 
고용부도 도입에 난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몇 가지 외국 사례를 제시하며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사례가 있다"면서다.
 
고용부는 "독일은 파견근로자로 대체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한데 파업으로 멈춘 업무에 대해 신규채용이나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하는 것은 허용한다. 독일이 파견근로자 대체를 금지한 것은 조업 정지 위기를 모면하려 일시적으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파업의 무력화를 노린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고용기간 6개월 이상의 기간제 근로자나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해 공장을 돌리는 것은 허용된다. 이는 파업 기간보다 새로 고용한 근로자가 일하는 기간이 길어서다. 결국 사용자가 비용(인건비) 부담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막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이달 1일 부분파업을 벌였다. 사진 왼쪽은 1일 오전 7시부터 근무한 광주2공장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기 시작한 11시 10분께와 사진 오른쪽은 30분가량 지난 직원주차장 모습. 연합뉴스

기아자동차 노조가 이달 1일 부분파업을 벌였다. 사진 왼쪽은 1일 오전 7시부터 근무한 광주2공장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기 시작한 11시 10분께와 사진 오른쪽은 30분가량 지난 직원주차장 모습. 연합뉴스

 
고용부는 캐나다 사례도 들었다. "연방 노동법이 노조 대표성을 와해할 목적으로 근로자의 업무 전부 또는 일부를 대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역으로 따지면 노조와해 목적(부당노동행위)이 아니면 모든 업무에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경영상 목적이나 사업장 영유를 위해서는 대체근로가 허용된다.
 
이외에 고용부가 제시한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파업이 발생한 업무에 신규채용을 허용하는 등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 더욱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국가는 노사관계에서 불법이 관행화돼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나라의 노사관계 운용을 벤치마킹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결국 고용부의 설명이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건 한국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꼴이다.
 
◇생산시설 점거 금지…오락가락 논리
 
고용부는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 "기업별 노조에선 사업장 내 쟁의행위가 불가피하다. 직장점거가 금지되는 국가 대부분은 산별노조가 지배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개정 노조법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겉도는 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곳은 대부분 산별노조 국가여서다. 고용부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얘기를 해왔다. 기업별 노조가 대세인 국가에서 산별 노조의 노조가입 조건을 끌어쓴 꼴이다.
고용부가 사업장 점거 금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시한 선진국 사례

고용부가 사업장 점거 금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시한 선진국 사례

 
더욱이 고용부는 개정안을 만들면서 '생산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점거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다. 당시 고용부는 "사용자의 재산권과 비파업 근로자의 근로권, 단체행동권을 균형있게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장 내 쟁의행위가 불가피하다면서 점거는 금지하는 자가당착 논리를 보인 셈이다.
 
이러다가 노조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선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그동안 주장했던 논리를 스스로 뒤집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독일에선 직장 점거는 무조건 위법이다. 기업별 노조로 운영되는 일본도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지 않고 조업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체류만 정당하다고 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파업권은 노무제공 거부권'이라는 입장이다. 건물과 같은 회사 재산을 점유하는 것은 파업권 보호 범위 밖의 행위라는 의미다.
 
◇부당노동행위 처벌…외국도 한국과 똑같다?
 
경영계는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옥죄는 부당노동행위 처벌규정의 선진화를 요청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대부분 국가에서 노조활동을 저해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논점을 흐리는 설명이다.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피해는 원상회복으로 구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대부분 국가가 임금의 소급지급과 같은 구제명령을 내리는 형식으로 운용한다. 한국은 사용자를 형사처벌한다. 형량은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또 미국은 노조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도 엄격하게 제재한다. 노조가 집단적 위력을 동원해 사용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는 행동,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를 제재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다. 최근 문제가 되는 건설현장의 자기 소속 노조원만 채용하라는 압박과 같은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한국은 사용자에게만 부당노동행위를 적용한다.
 
유럽에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다만 노조나 노조원에게 금품을 제공해서 회유하는 것과 같은 '지배개입' 또는 특정 노조에만 혜택을 주고 다른 노조에 불이익을 주는 '불이익 취급' 등 두 가지에 대해서만 사용자에 제재를 가한다.
 
한국은 지배개입, 편견계약, 불이익 취급, 단체교섭 거부 등 다양한 유형을 망라한 '목록 규정'을 가지고 각각의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 이런 식의 처벌을 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매년 1000여 건에 달하는 부당노동행위 신고가 접수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노사관계 갈등의 진원지가 된 꼴이다.
 
◇비종사 조합원 출입제한…'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해놓고
 
고용부는 당초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서 이들이 사업장에 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제한하는 조항을 노조법 개정안에 넣었다. "노동3권과 재산권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면서다. 대법원의 판례도 제시했다.
 
특히 고용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입장도 그렇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했다. 실제로 선진국은 비종사자의 사업장 출입을 엄격히 제한한다. 미국은 출입거부권을 재산권의 일종으로 인정한다. 독일은 사용자의 의사에 반해 출입하는 것을 주거침입·기물손괴로 본다. 따라서 선진국의 규율 강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고용부가 낸 제한적 규율 필요성은 인정됐다.
비종사 조합원, 사업장 출입 제한 필요성을 설명한 고용부 설명자료

비종사 조합원, 사업장 출입 제한 필요성을 설명한 고용부 설명자료

 
한데 국회에서 이 조항의 삭제에 고용부가 동의했다.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뒤집는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갑 장관은 "대법원 판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도 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굳이 개정안에 해당 조항을 넣은 것은 법률로 명확히 해서 산업현장에서 해석을 두고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가 가진 사업장 시설관리권을 명확하게 보장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항이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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