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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수사 검사 못 꾸릴판...공수처법, 여당의 뼈아픈 실수

중앙일보 2020.12.11 05:00 종합 4면 지면보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이 통과된 후 퇴장하며 이상직 무소속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이 통과된 후 퇴장하며 이상직 무소속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거여(巨與)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시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한 10일 새로운 뇌관이 떠올랐다.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 검사를 추천하는 인사위원회 구성이 불가능해 공수처가 처장과 차장만 있고 수사할 검사가 없는 인적 공백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현행 공수처법에는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8조)는 규정 뒤에 ‘인사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처장이 된다’(9조)는 말이 이어진다. 인사위원 7명 중 2명은 야당 몫이다. 
 
그러나 공수처법 개정에 반대해 필리버스터까지 한 국민의힘이 인사위원 추천에 순순히 협조할지가 의문인 상황이다. 결국 인사위 구성이 안 돼 검사 추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는 “해당 조문은 7명이 안 되면 인사위 구성의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이라며 “특히 최초의 인사위를 구성하는 시점에선 그 하자가 더 본질적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돌발변수에 민주당은 “5명으로 인사위를 구성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인사위는 7명이라는 게 규정이지만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검사 추천이) 의결된다”며 “앞으로 만들 공수처 운영 규칙을 통해 원활하게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위 결원이 발생시를 대비한 보완적 규정을 운영규칙에 두면 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한 법조계 인사는 “만약 5인으로 구성된 인사위를 통해 추천된 검사가 기소한 피고인이 후일 검사의 자격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텐가”라고 반문했다.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추천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추천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공수처 연내 출범’을 목표로 삼은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비토권 삭제로 이제 추천위원 7명 중 5명의 동의만 있으면 처장 후보를 정할 수 있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거나 불출석해도 중립지대 추천위원(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동의하면 5표를 모을 수 있다.
 
4차례 회의에서 추천위원 5명의 동의를 얻은 후보자는 전현정 변호사(법무부 추천)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대한변협 추천) 두 사람이다. 그러나 판사 출신인 전 변호사는 배우자가 공수처 수사대상으로 규정된 ‘고위공직자’에 속하는 김재형 대법관이어서 이해충돌 문제가 지적돼 왔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전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이라는 점도 정치적으론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에 비해 김 선임연구관은 뚜렷이 걸림돌이라고 볼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는 평가다. 판사 출신이지만 1999년 공안검사가 일으킨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특별검사팀에 수사관으로 파견돼 일한 수사 경험도 있다. 
 
공수처장 후보 가운데 5표를 얻어 최종후보 가능성이 높은 전현정 변호사와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왼쪽부터). 뉴스1

공수처장 후보 가운데 5표를 얻어 최종후보 가능성이 높은 전현정 변호사와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왼쪽부터). 뉴스1

검사 출신인 이건리 국가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대한변협 추천인사지만 민주당은 “검사 배제”를 제1의 후보 선정 기준으로 고집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드루킹 사건’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변호를 맡았던 김경수 전 고검장(국민의힘 추천)에 대한 호의적 시선도 제기됐지만 이 원칙에 막혔다. 한 여권 인사는 “김 전 고검장이 수원지검 2차장 시절 관여한 ‘원정화 간첩조작 사건’이 조작설이 휩싸였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다시 소집되는 추천위, 특히 여당 추천위원이 여당의 의견을 받아 제3의 인물을 추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현실적으로 시간도 많지 않고 할만한 사람은 다 고사하고 있어 적당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공수처법 개정안 일방처리에 반발해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처장 추천) 의결이 공수처법 개정의 결과에 의하면 야당 비토권 박탈을 사유로 추천위 의결무효확인 및 집행정지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인 임정혁 전 고검장은 “재소집에 응할지 여부를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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