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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7조 더 준비하라는 ‘法’···정의선은 글로비스 10% 팔아야

중앙일보 2020.12.11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기업규제 3법과 ILO 협약비준을 위한 노동법 등을 의결했다. 오종택 기자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기업규제 3법과 ILO 협약비준을 위한 노동법 등을 의결했다. 오종택 기자

국회발 기업규제 쓰나미가 한국 경제에 들이닥쳤다.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이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까지 지난 9일 한꺼번에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다. 
 

규제3법 통과,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

주요 기업들은 10일 겉으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막무가내식 입법”부터 “코로나보다 국회가 밉다”란 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5대 그룹의 관계자는 “새해 계획을 다시 새로 짜야 할 판”이라고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규제 3법과 ILO 3법의 동시 처리는 상상도 못 한 일”이라며 “충격적”이라고 허탈해했다. 개정안 하나하나는 개별 기업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감이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① 감사위원 선임 시 3% 제한(상법)
더불어민주당은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원안인 합산 3%에서로 개별 3%로 수정했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기업들이 투기 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례가 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은 2019년 현대차 지분 2.9%로 사외이사 추천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수소전지 경쟁사인 캐나다 발라드파워시스템사 회장 등 3인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모비스에도 중국 전기차 업체인 파르마 오토모티브의 최고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엘리엇의 추천은 실패로 끝났지만, 3% 룰 도입으로 지분 쪼개기를 통한 감사위원 장악은 향후 빈번하게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감사위원회를 둬야 하는데 감사위원 3명 중 2명은 사외이사가 맡는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기업의 한 임원은 “해외 자본이 지분 쪼개기로 공격할 경우 정치권 쪼개기 후원금처럼 사전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대차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지분이 많은 주요 기업은 3% 룰을 적용하면 의결권이 뚝 떨어진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1.2%지만, 3% 룰을 적용하면 의결권이 12.5%에 그친다.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각각 21.3%와 13%인지만, 3% 룰을 적용하면 지분율이 3%로 내려앉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시총 상위 10대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로 조사됐다. 이 중 3% 룰을 적용하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평균 지분율은 5.52%에 그친다. 이와 달리 외국인 지분율 평균은 38.12%에 달한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의결권 제한은 자본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으로 3%도 별다른 근거 없이 자의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며 “규제 3법이 결국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규제 3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기업규제 3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② 지주사 지분 규제(공정거래법)
SK그룹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중간지주사 전환에 발목이 잡혔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두는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할 예정인데, 현재 20.1%인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한 필요한 주식 취득 비용은 대략 7조원 수준이다. 9일 전면 개정된 공정거래법에선 신규 지주회사 전환 혹은 기존 지주회사에 신규 자회사·손자회사를 편입할 경우 상장사와 비상장사는 각각 30%와 50%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기존에는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지분을 확보하면 됐다. 
 
SK그룹 관계자는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관련법 시행이 1년 뒤라, SK텔레콤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 남짓이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1년 안에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최대한 마무리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금 7조원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3분기 기준 SK텔레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837억원 수준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투자 및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총은 법 시행을 1년 이상 유예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기업이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해 달라”며 “경영권 방어수단 등 보완장치 후속 입법도 요청드린다”고 주장했다.
 
③ 일감 몰아주기(공정거래법)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계획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정몽구 명예회장(6.7%)과 정의선 회장(23.3%) 부자는 두 사람이 합쳐서 29.9%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20%로 낮춰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라 불리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상장 계열사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 부자가 법 시행 이후에도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 수준으로 보유하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올라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선 정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깰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를 위해 최대 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를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지난 2018년 현대차가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주주 반대로 철회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새로 판을 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SK㈜와 ㈜한화도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SK㈜와 ㈜한화는 총수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각각 28.5%와 26.7%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집단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정위 규제 대상에 포함된 기업이 증가했다. 삼성물산이 100% 지분을 보유한 삼성웰스토리와 현대머티리얼의 100% 자회사 현대첨단소재가 대표적이다. SK디스커버리가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SK가스와 SK플라즈마도 규제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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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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