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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어 페북도 반독점 심판대에…IT 공룡 ‘시련의 계절’

중앙일보 2020.12.11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미국의 한 시민이 지난 11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집 앞에서 기업분할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시민이 지난 11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집 앞에서 기업분할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독점 소송과 기업분할은 미국 거대기업에 골칫거리다.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진은 1990년대 후반에 거의 모든 정력을 기업분할을 막는 데 투입해야 했다. MS 경영자들은 3년에 걸친 사투 끝에 2001년 벼랑 끝에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사법부가 MS 손을 들어줬다. ‘우월적 지위와 기술을 이용해 경쟁을 해치지 않았다’고 봤다.
 

미 FTC 등 기업분할 청구소송 제기
플랫폼 경제 양극화 등 부작용에
빅테크 업계 규제 여론 점점 커져
전문가 “역풍 이겨내야 미래 승자”

약 20년 세월의 간극을 두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 법무부가 10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9일(현지시간)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뉴욕주 등 46개 주 검찰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기업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조직과 주 정부가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FTC 등은 소장에서 “페이스북이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을 불공정하게 인수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 소송에서 지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분리해 팔아야 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2012년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스타그램을, 2014년 190억 달러에 왓츠앱을 사들였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른바 ‘빅테크’의 상징이다. 듀크대 블레어 셰퍼드 교수(경영학)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빅테크란 말은 혁신의 상징이었다”며 “하지만 이제 미국인들 사이에선 ‘정보기술(IT) 부작용’을 뜻하는 말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IT 부작용은 플랫폼에 기반한 경제의 양극화와 청소년 자살 등이다. 그 바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빅테크 의존은 더욱 심해졌다”며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법무부와 FTC는 여론과 정치 풍향에 민감한 조직이다. 1998년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도 윈도95 이후 비대해진 MS에 대한 원성이 컸다.
 
반독점 소송의 정치적 성격은 미 경제사에서 뿌리 깊다. 미국이 반독점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 때는 1870년대였다. 들불처럼 분 기업합병(트러스트 설립)에 중소상공인의 원성이 커지자 셔먼법이 제정됐다. “그런데 셔먼법이 실제로 적용된 때는 20세기 초였다”고 전 예일대 제프리 가튼 교수(경영학)가 말했다. 가튼 교수는 『부의 혁명』의 지은이다. 그가 말한 20세기 초는 미 역사에서 ‘진보의 시대’로 불린다. 반기업 정서가 미국에서 퍼진 시기였다.
 
셰퍼드 교수에 따르면 진보의 시대와 비슷한  분위기가 IT 공룡 등을 상대로 요즘 확산되고 있다. 실제 미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빅테크 기업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중국도 IT 공룡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주요 경제권에서 빅테크에 비우호적인 정치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에선 진보의 목소리가 컸던 1960년대 기업분할 판결이 많이 나왔다. MS는 친기업적인 공화당이 집권한 2001년에 반독점 소송에서 이겼다. 기업분할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운명도 최종 판결 시점의 정치지형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셰퍼드 교수는 “소송과 정치적 역풍은 IT 기업이 피할 수 없는 도전이고 상수”라며 “하지만 이제부터는 강화된 규제를 이겨낸 기업이 진정한 승자”라고 말했다. 미래의 승자를 골라내는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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